구청(區廳) 발주공사를 둘러싼 입찰비리가 터져 나왔다. 입찰가 유출과 부실공사를 묵인해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는 고질적인 병폐가 또 드러난 것이다. 그것도 특정구청뿐 아니라 다른 구청에서도 비슷한 비리가 저질러져 왔으리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보사태로 확인된 상층부의 권력형 부정부패에 이어 일선 행정기관에도 부패의 먹이사슬이 여전함을 말해준다.
얼마전 「뇌물없이는 기업 못한다」는 한 중소기업인의 폭로가 있었다. 공직사회의 부패와 비리에 대한 생생한 고발이며 피맺힌 절규였다. 이번에 검찰수사로 밝혀진 서울 동작구청 등의 발주공사 비리는 아직도 뿌리깊은 부패구조의 적나라한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다.
공직사회의 부패관행, 그 중에서도 관급공사의 입찰비리는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외압이나 뇌물, 담합없이는 수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업계의 상식이다. 공사과정에서 감독공무원에 대한 뇌물 상납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뒷돈으로 뿌려지는 검은 돈이 통산 총공사비의 10∼20%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구청발주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5억원짜리 공사를 따내기 위해 5천만원이 뇌물로 건네졌다. 이처럼 엄청난 뇌물을 주고 따낸 공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모든 부실공사의 뒷전에는 입찰부조리와 감독관청의 묵인이 도사리고 있다. 뇌물로 쓰여진 공사대금은 설계변경 등을 통한 추가건설비로 메우게 됨으로써 납세자인 시민은 이중의 피해를 본다.
무엇보다 부패의 먹이사슬을 방치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다. 각종 규제가 너무 많고 까다로운 행정규정과 절차때문에 기업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공무원의 재량권에 편승해 뇌물이 오가는 풍토는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공장 하나 세우는데 58단계의 각종 인허가 절차와 3백36쪽 분량의 구비서류를 갖춰야 하며 그러고도 9백25일을 기다려야 하는 우리 실정에서 뇌물없이는 아무 것도 될 일이 없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호소다. 우리 경제의 고비용 저효율구조는 여기에서도 연유한다. 이같은 실정에서 중소기업 지원책을 외치고 경쟁력 10%높이기를 주장해 보아야 공염불일 뿐이다.
공직사회의 부패구조는 더 이상 그대로 놔둘 수 없다. 공직부정은 그 폐해가 크고 사회전체를 타락시킨다는 점에서 과감히 뿌리뽑아야 한다. 부패의 먹이사슬을 끊기 위한 제도와 관행을 고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근본적인 처방은 공직사회의 기강확립과 관료제의 쇄신에서 찾아야 한다. 공무원 부패사범에 관한 특례법을 만들어서라도 공직부정같은 비리는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