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비행기전시장 세운 옥만호 전공군참모총장

  • 입력 1997년 1월 21일 20시 14분


「李寅澈 기자」 『전시해 놓은 비행기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전투기를 몰고 적진의 포화속을 누비던 기억이 떠올라서요.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애기(愛機)들을 어루만지며 이젠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려 합니다』 지난 74년 공군참모총장을 끝으로 예편한 군의 원로 옥만호씨(72)는 고희를 넘긴 뒤 더 바빠졌다. 공군전역장교 모임인 보라매회 회장을 맡고 있는 탓도 있지만 자신의 「빨간마후라 인생」 26년을 응집한 비행기전시장에 남은 정열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옥씨가 사비를 들여 지난해 9월 전남 무안군 몽탄면 사창리에 문을 연 「호담(昊潭)항공전시장」은 이 지역의 새로운 볼거리로 등장했다. 호담은 옥씨의 아호. 이곳에 전시된 비행기는 모두 9대. 그중에는 수차례 적탄을 맞고도 함께 살아남은 애기도 있어 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관측용 L19기를 비롯해 「건국호」T6, T28, 「쌕쌕이」라는 별명의 제트전투기 T33, 52년 평양공습때 떴던 무스탕(F51), 세이버제트기(F86) 등 6대는 자신이 직접 몰며 생사를 맡겼던 비행기들이다. 이밖에 대형수송기인 C123과 적기인 미그15, AN2도 한대씩 전시돼 있다. 이 전시장은 안보교육의 장으로도 한몫하고 있다. 광주 목포 나주 등지에서 단체견학온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옥씨가 비행기전시장을 설립한 것은 그의 성장과정과 관계가 있다. 그는 무안태생이긴 하지만 일제시대 부친을 따라 일본에 가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고향에 대한 기억이 엷다. 이것이 그에게는 늘 마음의 빚이었다. 지역사회를 위해 마지막으로 무엇을 할까 고심하던 끝에 자신의 경험과 전공을 살려 항공전시장을 세우기로 결심한 것. 7, 8년전부터 설립계획을 세우고 95년에는 서울 인근의 농장 처분 등으로 1억여원을 마련, 생가 부근에 3천5백여평의 부지를 확보했다. 농장에서 나온 나무 1천5백그루와 자연석 1천5백t을 직접 옮기고 조경을 감독하느라 지난해엔 서울∼무안을 67번이나 오르내렸다. 군용비행기는 퇴역기종이라도 개인이 소유할 수 없어 모두 임대다. 또 모든 비행기를 하나 하나 분해해 운반한 뒤 다시 조립해야 했다. 공군의 전폭적인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옥씨는 항공우주분야의 발달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청각실을 갖춘 2백여평 규모의 전시관도 곧 착공할 예정이다. 여기에 쓰일 슬라이드 등 1백만점의 자료는 미국 등지에서 구해놓았다. 그는 『전시관까지 갖춰지면 내년에는 무안군에 시설을 모두 기증할 계획』이라며 『한 파일럿의 인생이 담긴 전시장을 통해 청소년들이 항공 우주개발에 대한 원대한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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