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헷갈리는 「장관경질 이유」

  • 입력 1996년 11월 8일 08시 20분


孔魯明전외무장관이 돌연 사퇴의사를 밝힌지 닷새만에 李壽成국무총리가 사퇴경위를 공식설명했다. 李총리는 7일 국회 예결위에서 『孔전장관의 진짜 사퇴이유를 밝히라』는 야당의원들의 추궁에 『건강도 나빠진데다 인민군 복역사실 등으로 정신적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李총리의 답변내용이 사실이라면 尹汝雋청와대대변인은 국민앞에 명백한 거짓말을 한 셈이다. 孔전장관의 사의표명이 처음 알려진 지난 5일 尹대변인은 孔전장관의 「인민군복무전력」과 관련, 『그 문제는 이미 조사를 통해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리된 문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돼서는 李총리의 말도 믿음을 얻기 어려울지 모른다. 설령 李총리의 설명이 사실이라 해도 뒷맛은 여전히 개운치 않다. 孔전장관이 인민군에 들어간 것은 미성년인 18세 때의 일이다. 또 인민군에서 빠져나온 뒤 육군통역장교로 5년 가까이 복무했고 지난해 초 언론에 「인민군경력」이 보도됐을 때도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가 연좌제를 폐지한지 오래고 정식으로 인민군으로 복무하다 귀순한 북한장교들에게까지 공직을 허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李총리의 설명을 선뜻 수긍하기 힘들다. 또 현정권과 과거 정권의 연속성도 도외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정가에서는 여권핵심부가 더 중요한 「진짜 이유」를 가리기 위해 「건강상 이유」와 「인민군 복무문제」를 뒤늦게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선임과 관련, 李源宗청와대정무수석비서관과의 갈등 때문에 사표를 던진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공식논평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孔전장관 사퇴파문속에 정부는 또한번 권위가 실추되고 믿음을 잃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사의 난맥상도 그렇지만 납득할만한 까닭없이 국민들의 의혹을 증폭시킨 책임은 더 무겁다. 국정수행상의 시행착오는 바로잡힐 수 있지만 훼손된 정직성은 여간해선 복원되지 않는다. 孔전장관의 전격경질을 둘러싸고 국민들이 품고 있는 의혹을 더 늦기 전에 말끔히 씻어주는 것이 정부의 옳은 자세다. 林 彩 靑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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