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에티오피아, 태권도가 뿌린 「한국의 얼」

  • 입력 1996년 10월 18일 22시 13분


에티오피아에서 우연히 한 태권도장을 방문했다. 아디수라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도장으로 커다란 공터 옆에 양철지붕과 나무 몇그루를 엮은 허름한 창고였다. 몇년 전 한국인 태권도사범이 에티오피아에 왔을 때 배웠다는 십여명의 사람들이 이제는 나름대로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디수는 그중 한사람이었다. 허름한 창고를 체육관이라 부르는 그를 보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막 상 창고에 들어간 순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태극기가 벽면 중앙에 커다랗게 걸려 있었고 수련시간에는 「차렷」 「경례 」 「앞차기」 「옆차기」 등 한국말들이 에티오피아 사람들 입에서 힘차게 튀어나 왔다. 에티오피아의 경제권은 대부분 일본인과 중국인이 가지고 있어 거리 어디를 가나 일본인 아니면 중국인으로 오해를 받던 처지였기에 허름한 창고 구석에서 터져나오 는 한국어 구령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뒤 틈나는대로 도장을 찾았는데 그들은 내가 태권도 종주국에서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항상 반갑게 맞아주었다. 수련 생들은 운동을 하다가도 기도시간이 되면 잠시 운동을 멈추고 예배를 한다. 현재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 아바바에는 7,8개의 태권도장이 있다. 그중 반은 북 한 태권도장이지만 88년 한국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에는 한국 태권 도가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일본자동차와 중국제 생활용품이 판치는 나라에서 태권도는 단순한 운동에 그치지 않고 이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대표적인 심벌인 셈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옷이며 보호대 등 태권도용품이 너무 낡았고 코치 자신이 수련생들에게 더 훌 륭한 기술을 가르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으로부터 좀더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에 티오피아도 곧 올림픽 태권도경기에 출전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최기열:국제협력 단 봉사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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