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초 룰’ 등 KBO 대책 효과 없어
“경기력에 걸맞는 기준 만들어야”
‘스피드업’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마찬가지로 한국프로야구의 화두이기도 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평균 3시간 11분(9이닝 기준)이던 경기 시간을 6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경기 스피드업 규정을 강화했다. 마운드 방문 시간을 30초에서 25초로 줄이고 심판 고과 평가에 스피드업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이번 시즌 총 34경기를 치른 10일 현재 아직 눈에 띄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9이닝 기준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3분으로 작년보다 오히려 2분 늘었다. 같은 날 기준 일본프로야구(3시간 9분)나 대만프로야구(3시간 19분) 역시 MLB(2시간 37분)보다는 KBO리그와 더 비슷하다.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는 스피드업 관련 제도보다 ‘피치 클록’이 그만큼 효과적이라는 반증이다.
사실 KBO리그도 2010년부터 피치 클록과 비슷한 ‘12초 룰’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12초 룰은 주자가 없을 때는 투수가 12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규정을 처음 위반했을 때는 경고, 두 번째부터는 벌금 20만 원과 함께 볼로 판정한다. 하지만 이 제도 도입 당시 3시간 10분이었던 경기 시간은 오히려 3분이 늘었다.
이에 KBO는 올해부터 퓨처스리그(2군)에서 12초 룰 위반이 나왔을 때는 경고 없이 곧바로 볼을 선언하도록 했다. KBO는 2군에서 이 방식을 시범 운영한 뒤 1군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야구가 빠진 건 경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치 클록 등 MLB에서 새로 도입한 제도가 경기 시간 단축에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 낸다면 KBO리그도 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지현 KBSN 해설위원은 “경기 시간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KBO리그와 MLB 사이에 경기력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우리만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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