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날 하차한 ‘보치아’ 노영진…대표팀 “수술 잘 끝나 다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9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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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선수촌에서 연습하던 당시 노영진. 대한장애인체육회제공
이천선수촌에서 연습하던 당시 노영진. 대한장애인체육회제공
‘노영진’(28·광주시청)이라는 이름을 듣기만 해도 보치아 대표팀 선수들은 울컥한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어 비장애인과 같은 반응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은 평소와 다른 떨림으로 마음속 깊은 아쉬움을 표현한다.

보치아 개인전(BC1)과 단체전(BC1·2) 멤버인 노영진은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금메달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왔지만 개회식 날이던 24일 조기 귀국했다. 일본 도착 후 몸상태가 이상해 선수촌 내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했고 그결과 척수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추가 부상 방지 차원에서 노영진의 귀국이 결정됐다. 수술이 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노영진은 쉬이 선수촌을 떠나지 못했다. 휠체어를 타고 선수촌을 수 차례 돌아보면서 미련을 남겼다. 임광택 대표팀 감독은 “건강을 회복한 뒤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게 좋다”고 설득했다. 결국 노영진은 이번 패럴림픽을 포기하고 귀국해 수술을 받았다.

최근 보치아 선수단에 ‘노영진의 수술이 잘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패럴림픽 2연패에 도전중인 한국 보치아 ‘간판’ 정호원(23·강원장애인체육회·BC3)은 “다행이다”라고 하면서도 팀 주장답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다시 만나고 싶다. 지금은 경기에 더 집중하겠다. 우리가 의기투합해 영진이 몫까지 하겠다”고 했다. 정호원은 강인한 모습을 보였지만 속내까지 그렇진 않다. 경기 파트너인 이문영 코치는 “선수들이 (노)영진이 이름만 나와도 많이 울컥한다”라고 했다.

김한수(29·경기도·BC3)와 경기 파트너이자 어머니인 윤추자 씨(61)는 더 건강해진 노영진의 모습을 기대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같이 훈련했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하니 재활도 잘해서 상태가 좋아졌으면 한다”면서 “더 건강해져서 걸어서 와라”하고 외쳤다.

사실 노영진의 하차로 보치아 대표팀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었다. 그러나 아쉬움을 투지로 바꾸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치아 선수들은 자진해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에 전원 참여했다. 그 자리에서 보치아 선수들은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보치아 강국이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부터 2016년 리우 패럴림픽까지 8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비장애인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대표팀이 단체전 9연패를 이뤘듯 보치아 대표팀도 패럴림픽 9회 연속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 현재까지 금메달을 향해 순항 중이다. 홀로 귀국한 노영진을 위해서라도 태극기를 꼭 정상에 올리겠다는 의지다.

한국 보치아가 강한 이유는 선수들의 뛰어난 집중력과 정확도, 그리고 볼과 홈통 등 장비에서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최근에는 외국 선수들 기술력이 많이 올라와 전 세계적으로 상향평준화 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 대표팀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패럴림픽 대표 종목 중 하나인 보치아 경기는 표적구(흰색)에 자기 공(빨강 또는 파랑 6개)을 가까이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표적구에서 상대 공보다 더 가까운 공 1개당 1점을 얻는다. 구슬치기와 컬링을 합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선수는 손이나 발, 또는 막대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공을 던지거나 굴리는 방식으로 승부를 겨룬다.

보치아는 참가 선수 등급을 BC1~BC4로 나눈다. BC1은 스스로 휠체어를 밀지 못하면서 손으로 투구하는 선수, BC2는 휠체어를 밀 수 있으면서 손으로 투구하는 선수를 의미한다. BC1, 2는 뇌병변 장애인이 참가한다. BC3는 손으로 투구할 수 없는 사지마비 장애인으로 경기 중 막대 같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BC4는 공을 잡을 수 있지만 투구에 불편이 있는 기타 장애인(저신장, 절단, 근무력증 등) 그룹이다.


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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