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쩌렁쩌렁 ‘괴성’의 효과, 멀리뛰기 땐 거리 5% 늘어

임보미 기자 , 도쿄=유재영 기자 입력 2021-08-06 03:00수정 2021-08-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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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실제 연구결과 악력은 25%나 증가
관중 소음 거의 없는 이번 올림픽, TV중계 때 목소리 생생하게 전달
양궁 등 혼잣말 도움되는 종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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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는 가장 소란스러운 종목 중 하나다. 바벨을 올릴 때면 선수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함성을 내지르며 괴력을 발산한다. 테니스도 선수 괴성을 듣는 재미가 남다르다. 마리야 샤라포바의 돌고래 괴성, 라파엘 나달의 신음소리 등 공을 칠 때 자신의 리듬과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소리를 내며 힘을 짜낸다.

역도의 라샤 탈라카제(조지아)는 괴성과 함께 남자 역도 109kg 이상급에서 세계신기록(인상 223kg, 용상 265kg, 합계 488kg)을 세웠다. 도쿄=AP 뉴시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스포츠 클라이밍 경기장의 소음도가 치솟고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5회 우승을 거둔 체코의 아담 온드라(28)는 실력만큼이나 로커 부럽지 않은 샤우팅으로 유명하다. 온드라는 자신의 고함에 대해 “나도 진짜 싫다. 전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집중하려고 하는 거다. 특정 동작을 할 때 소리를 지르면 100% 잘된다는 확신이 있다”고 해명(?)한다. 그는 특히 가능한 한 많은 고정 루트를 이용해 4.5m 경사면을 오르는 볼더링 종목 때 가장 큰 소리를 낸다. 볼더링은 클라이밍 종목 중에서도 돌출부나 홀드가 손가락으로 겨우 잡을 수 있을 만큼 작아 선수들이 가장 큰 육체적 고통을 겪는다.

스트로크를 할 때마다 고통의 신음 소리를 내는 알렉산더 츠베레프는 독일 테니스 남자 단식 최초 금메달을 따냈다. 도쿄=AP 뉴시스
이런 ‘샤우팅’의 힘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2014년 국제운동과학저널에 게재된 연구에서 30명을 대상으로 소리를 낼 때와 소리 없이 숨만 뱉을 때의 악력을 측정한 결과 소리를 낼 때 악력 증가(25%)가 소리 없이 호흡만 했을 때의 악력 증가(1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2015년 후속 연구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멀리뛰기 거리를 비교했는데 소리를 지를 때 뛴 거리가 소리 없이 숨만 쉬었을 때보다 5% 길었다. 연구진은 소리를 지를 때 위급상황에서 신체 반응에 대처하는 교감신경계의 반응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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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양궁장에서 독보적인 ‘빠이팅(파이팅)’ 샤우팅으로 한국 양궁의 혼성-남자 단체 금메달을 이끈 김제덕. 도쿄=AP 뉴시스
반대로 정숙이 요구되는 종목도 있다. 양궁 안산(20·광주여대)은 3관왕을 확정한 개인전 결승 슛오프에서 10점을 쏠 때 ‘대충 쏘자’는 혼잣말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양궁 대표팀의 심리 전략을 지원한 김영숙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보배(2012 런던 올림픽 양궁 2관왕)가 5글자(‘바람도 내 편’)로 혼잣말을 했던 것처럼 짧은 문장을 여러 개 만들어 선수가 최종 선택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양궁 2관왕인 이은경 현대백화점 감독은 박사학위 논문 ‘엘리트 양궁 선수의 심리 기술 측정을 위한 척도 개발’에서 양궁 선수들의 ‘혼잣말 전략’이 불안 및 각성 조절, 심상 조절, 목표 설정, 자신감, 끈기 중 가장 높은 일관성을 보인 전략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올림픽 양궁 2관왕에 오른 김제덕(17·경북일고)은 양궁장에서 흔치 않은 ‘샤우팅’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팀에 집중하는 효과가 컸다. 오진혁 선수가 조용해서 걱정이 되긴 했는데 제덕이의 파이팅을 받아줘서 팀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고 평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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