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살아야죠” 젊어지는 거인, 흐뭇한 양상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4월 4일 14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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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한동희(왼쪽)-김준태. 스포츠동아DB
롯데 한동희(왼쪽)-김준태. 스포츠동아DB
“젊음이 좋다는 게 뭐겠어요. 겁 없이 살아야죠.”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58)은 ‘리빌딩의 대가’로 꼽힌다. 롯데 감독 1기였던 2004~2005년에 강민호, 장원준, 이대호 등을 뚝심있게 기용해 리그 대표 선수로 만들었다. 이어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았던 2014~2017년에도 채은성, 양석환 등을 주전으로 발돋움시켰다. 리빌딩이 쉽지 않은 KBO리그에서 성과를 낸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다시 롯데 감독이 된 첫해인 올시즌도 마찬가지다. 양상문 감독은 투수 서준원, 내야수 한동희, 포수 김준태 등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기용하고 있다. 올해 1차지명 신인 서준원은 3일까지 3경기에서 3.1이닝 1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김준태는 나종덕, 안중열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29일 잠실 LG전부터 3일 인천 SK전까지 꾸준히 안방을 지켰다. 한동희도 10경기에서 5실책에 타율 0.152로 고전 중이지만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다.

젊은 선수들은 자칫 긴장으로 대범함을 잃기 쉽다. 하지만 롯데 선수들은 다르다. 2일 인천 SK전에서 김준태와 배터리 호흡을 맞춰 1022일만의 선발승을 거둔 장시환은 “부산사람이라 그런지 배포가 있다”는 너스레로 김준태를 칭찬했다. 이를 전해들은 양상문 감독은 “젊음이 좋은 게 뭐겠나. 어린 선수들은 세상을 겁 없이 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젊은 선수들이 기특하다”며 웃었다.

실제로 롯데는 벤치에서 포수에게 구종 사인을 전혀 내지 않는다. 간혹 견제 사인만 낼뿐이다. 김준태는 “긴장은 전혀 안 된다. 그저 투수가 점수 안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내 역할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기문 배터리코치는 “준태는 확실히 진중한 면이 있다. 포수에게는 좋은 덕목이다. 포커페이스로 묵직하게 선배 투수들을 리드한다”고 치켜세웠다.

패기라면 한동희도 뒤지지 않는다. 상징적인 장면 하나. 양상문 감독은 3일 SK전 0-0으로 맞선 6회 2사 만루, 한동희 타석에서 대타 신본기를 투입했다. 신본기는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한동희는 비록 1할대 타율로 고전 중인 데다 이날 앞선 두 타석 삼진을 당했지만, 전날 SK전에서는 5타수 2안타로 시즌 첫 멀티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한동희는 경기 후 “출장과 교체는 전부 감독님께서 결정하시는 것이다. 하지만 내심 조금은 아쉽긴 했다. 기회가 주어졌다면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언제나 있다”고 패기를 드러냈다. 양 감독이 젊은 선수에게 바라는 바로 그 모습이다.

지난해까지 롯데는 베테랑 의존도가 높은 팀이었다. 여전히 팀의 해결사는 이대호, 손아섭, 전준우 등 2000년대 입단 멤버다. 이대호는 지난해 인터뷰 때마다 “언제까지 나와 아섭이, 준우가 해결사일 수는 없다”고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대호의 바람이 이뤄지는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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