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기적의 승격 이뤘는데…‘외풍’에 시달리는 경남FC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17일 05시 45분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고위층 인맥 낙하산인사 불편한 소문
3년 전 폐지된 사무국장 부활 의구심
6월 지방선거 앞두고 분위기 ‘뒤숭숭’


경남FC는 환상적인 지난시즌을 보냈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탈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당당히 정상에 올라 클래식(1부리그) 승격을 확정했다. 플레이오프(PO)도 거치지 않고 일군 승격이기에 의미는 더욱 컸다.

김종부(53) 감독과 조기호(64) 대표이사의 끈끈한 궁합, 브라질 공격수 말컹을 중심으로 한 선수단의 당당한 전진에 많은 이들이 갈채를 보냈다. 여기에 7명에 불과한 사무국 직원들도 일인다역을 해내며 최선의 뒷받침을 했다. 대망의 클래식 진입의 해를 맞아 경남 구성원 모두가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다. 김 감독은 승격을 확정한 뒤 “기쁨은 잠시, 하루 만에 현실로 돌아왔다. 그래도 자신감을 얻었다. 일단 승격 첫 해 생존한다면 또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전했다. 이에 따라 착실한 선수단 개편이 진행됐고, 나름대로 알찬 구성이 이뤄졌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끊이지 않는 외풍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진작 완료됐어야 할, 또 당연했던 김 감독의 재계약도 굉장히 늦어졌다. 계약기간도 1+1년에 불과해 축구계 시선이 곱지 않다. 인사권을 쥔 경남도청이 차일피일 결정을 미룬 탓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불편한 소문이 계속된다. 경상남도의 고위 인사와 친분이 두터운 축구인이 구단 입성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단장∼감독∼스카우트 등 거론된 직책과 직함도 다양하다. 김 감독의 재계약이 미뤄진 배경에 이 축구인이 있다는 루머가 나온다.

일단은 소문의 당사자와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남 구단은 최근 도 차원의 감사를 받았다. 정기 감사라고는 하지만 시기가 워낙 미묘하다. 이 과정에서 조 사장이 사표를 내고 떠난다는 풍문도 함께 흘러나왔다. 조 사장이 전임 구단주(홍준표 전 도지사)가 임명한 인사라 도내에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는다는 시선도 존재하기에 구설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 감사를 즈음해 경남은 3년 전 폐지된 사무국장직 부활을 공표했다. “클래식에 맞는 사무국 기능강화”를 이유로 들었으나 지금 구단에 진짜 필요한 것은 정치 판도에 금세 휩쓸리는 낙하산 고위층이 아닌, 실제로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일할 실무인력 강화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의구심을 남긴다.

어느 집단이든 어설픈 조직개편은 화를 부른다. 또 능력 대신 지연·학연 등 인맥에 의한 인사가 이뤄졌을 때의 파장은 훨씬 크다. 여기에 정치적인 논리까지 개입되면 그 조직은 순식간에 망가진다.

K리그를 둘러싼 문제점들을 거론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도시민구단의 4년 주기론’이다. 지방선거에 맞춰 사무국이 들썩이고 요동쳐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새로운 집행부가 권력을 잡으면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행태를 반복하다보니 업무는 항상 제자리걸음인 악순환이 거듭된다. 정치바람이 불 때마다 신생구단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모든 도시민구단들의 공통점이다.

일단은 뒤숭숭한 소문이 잦아들며 안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기다리는 마음이 마냥 편치 않은 경남 구단이다. 스포츠는 정치와 별개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프로축구는 너무 정치와 가깝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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