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승 “골문 지키는 GK? 난 골문 위협 GK”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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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이호승, 작년 데뷔해 도움 2개
7일 광주전 백패스 받아 바로 롱킥… 최전방 이슬찬이 득점으로 연결해

‘등번호 20번, 이유가 있었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전남의 주전 골키퍼 이호승(28·사진)의 등번호는 20번이다. 클래식 12개 팀 주전 골키퍼 중 등번호 끝자리가 1이 아닌 수문장은 이호승과 강원의 이범영(28) 둘뿐이다. 나머지 10개 팀 주전 골키퍼들은 대부분 1번이고, 더러는 21번이나 31번도 있다.

K리그 대회 요강에 따르면 백넘버는 1∼99번을 사용할 수 있는데 1번은 골키퍼만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K리그 클래식에서 1번은 대부분 주전 골키퍼의 몫이다. 두 자릿수 번호를 새긴 후보 골키퍼들도 21, 31처럼 끝자리는 대개가 1이다. 올 시즌 강원 유니폼을 입은 이범영도 1번을 달고 싶었지만 다른 골키퍼가 이미 1번을 쓰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지난 시즌 일본 J리그에서 달았던 23번을 택했다. 최종 엔트리가 23명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에서는 1∼23번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때에도 1번은 반드시 골키퍼가 달아야 한다.

이호승은 왜 20번일까. 이호승은 지난 시즌까지 21번을 달고 출전했다. 그런데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 등록 때 20번으로 바꿨다. 활동 반경을 넓혀 리베로 역할까지 해내는 골키퍼가 되겠다는 의지를 등번호에 담은 것이다. 리베로는 최후방 수비수이지만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공격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선수를 말한다. 20번은 선수 시절 ‘아시아 최고의 리베로’로 불렸던 홍명보 항저우 감독(48)이 달았던 백넘버다.

이호승은 7일 5-0으로 승리한 광주와의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에 도움을 기록하며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골키퍼가 기록한 올 시즌 1호 도움이자 이호승의 개인 통산 두 번째 도움이다. 이호승은 페널티지역 밖까지 나와 받은 백패스를 롱킥 한 방으로 최전방에 있던 이슬찬에게 정확히 연결해 득점을 도우면서 등번호 값을 했다. 이호승은 지난해 7월 울산전에서도 프리킥 도움으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골키퍼 도움은 프로축구가 출범한 1983년 이후 18번밖에 나오지 않은 드문 기록인데 이호승은 두 시즌 만에 도움 2개를 챙겼다. J리그에서 뛰던 이호승은 지난해 K리그에 데뷔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축구 k리그#골키퍼#이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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