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만만해진 ‘백지선號’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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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3-0 완승
작년 사상 첫 승리 후 2연승 행진
삿포로 아시아경기서 우승하고 세계 16강 겨루는 ‘톱리그’ 목표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박진규(상무·21번)가 11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상대 골문을 향해 퍽을 몰고있다. 한국은 이날 일본을 3-0으로 완파하며 이달 열리는 삿포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향한 기대를 밝혔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박진규(상무·21번)가 11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상대 골문을 향해 퍽을 몰고있다. 한국은 이날 일본을 3-0으로 완파하며 이달 열리는 삿포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향한 기대를 밝혔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실력 차가 너무 커서 교류를 할 의미가 없습니다.”

1996년 실업팀 안양 한라 직원이었던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올림픽준비기획단장은 일본 팀 오지제지에 상호 교류를 요청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일본이 보기에 한국은 걸음마를 갓 뗀 어린아이와 같았다. 첫 한일전인 199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0-25로 졌다. 이후 한국은 거의 매 경기 5점 차 이상으로 대패했다. 하지만 한국은 더 이상 일본의 ‘동네북’이 아니다. 어느덧 일본을 한 수 아래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1일 고양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일본을 3-0으로 꺾었다. 에릭 리건(안양 한라), 마이클 스위프트(하이원), 김원준이 골 맛을 봤고, 수문장 맷 달튼(이상 안양 한라)은 무실점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 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처음 일본을 3-0으로 이긴 뒤 2연승이다. 역대 일본전 상대 전적은 2승 1무 19패가 됐다. 한국의 세계 랭킹은 12일 현재 23위로 일본(21위)에 두 계단 차로 따라붙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비약적인 발전은 2003년 창설된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에서 비롯됐다. 한중일 세 나라의 연합 리그로 출범한 아시아리그를 통해 한국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선진 아이스하키를 배울 수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데려온 외국인 선수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한국은 6명의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켰다. 2014년엔 동양인 최초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탠리컵을 들어올린 백지선 감독을 데려왔다. 백 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 아이스하키는 기적 같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 헝가리에서 열린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오스트리아(17위)와 헝가리(19위)를 연달아 꺾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동안 5전 전패를 당했던 세계 랭킹 13위 덴마크를 4-2로 꺾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달 말 열리는 삿포로 아시아경기 금메달과 세계 상위 16개국만 출전할 수 있는 월드챔피언십(톱 리그) 진출이다.

역대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이 최고 성적인 한국은 일본과 카자흐스탄(16위)을 넘어 첫 우승에 도전한다. 양 단장은 “지금까지 유럽에서 한 번, 한국에서 한 번 일본을 이겼다. 적지라 할 수 있는 삿포로에서 일본을 이겨야 진정한 극일(克日)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간 11번 싸워 11번 모두 졌던 카자흐스탄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 대표팀은 4월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디비전1그룹A(2부 리그)에 출전한다. 우크라이나, 헝가리, 폴란드, 오스트리아, 카자흐스탄 등 6개국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2위 안에 들면 꿈의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하게 된다. 한국이 지금까지 달려온 길이 이미 기적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백지선 감독#삿포로 아시아경기#아이스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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