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주자 실점률 최저 LG 김지용
선수 9명 강릉영동대 뒤늦게 진학… 亞경기 배팅볼 던져주다 1군 기회
“입단 처음으로 방출 걱정 없네요”
지난해 LG 팬들은 잠실구장에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heart breaker)’가 울려 퍼질 때마다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승계주자 실점률(11.8%)이 리그에서 가장 낮았던 김지용(29·LG·사진)의 등판을 알리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김지용이 있었기에 LG의 가을야구 진출이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 김지용에게는 이번 겨울이 방출 걱정 없이 다음 시즌 준비에만 집중하는 첫 번째 겨울이다. 177cm의 김지용은 덕수고 시절부터 주전 경쟁에서 밀려 전학을 가야 했던 작은 덩치의 유격수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야구로는 앞이 안 보인다고 생각했던 김지용은 마트 과일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김지용의 재능을 아깝게 본 친구가 강릉영동대 야구부 감독에게 김지용의 입학을 권유하면서 그의 야구 인생 2막이 시작됐다. “감독님이 아버지한테까지 찾아와 설득하셨어요. 마침 아르바이트도 너무 힘들어서 솔깃했던 것도 있었고요. 과일이 빠지면 채워 넣는 일을 했는데 진열장에 있는 과일을 먹는 어머니들이 너무 많았어요. 포도를 막 따 드셔서 ‘드시면 안 된다’고 하면 ‘안 먹어 보고 어떻게 사냐’고들 하셨어요(웃음).”
2006년 딱 9명으로 창단한 강릉영동대 야구부는 김지용의 합류로 전국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10명)을 갖췄다. 김지용은 “하고 싶은 거 하라”는 감독님의 말에 투수를 택했다. 마운드에 서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투수가 하고 싶었지만 키가 작아 아무도 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운드 위에서 제대로 공 한번 던져보지 못했던 초짜. 하지만 김지용은 명문 연세대를 상대로 호투하는 등 수차례 이변을 이끌어내며 스카우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선수가 됐다.
결국 201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김지용은 9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줄 만큼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공익근무 2년을 마치니 신분은 이미 정식 선수가 아닌 신고 선수. “나름대로 준비를 엄청 하고 나왔는데 내가 팀에서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하고 느낀 건 맞아요. 그런데 제가 처음부터 1군 선수가 아니었잖아요. 그래서 2군에 있을 때도 정말 재밌게 열심히 했어요. 그냥 야구가 좋았거든요.”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던 김지용은 2014년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다 양상문 감독의 눈에 띄면서 점차 1군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1, 2군을 오가는 생활은 2015시즌에도 계속됐지만 김지용은 그저 유니폼 입는 게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던졌다. “프로에 있는 다른 친구들은 아마 그런 절실함을 모를 거예요. 다들 야구를 잘해서 아르바이트 같은 건 안 해봤잖아요.”
김지용과 관련해서는 ‘분식(승계주자에게 실점하면서 앞서 등판한 투수의 자책점을 올리는 것)을 싫어하는 김지용’이라는 표현이 곧잘 나온다. 지난겨울 결혼한 김지용의 장모는 이를 오역(?)해 딸이 남편과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고 하면 “지용이가 분식 싫어한다는데 왜 자꾸 떡볶이를 먹느냐”고 타박하기도 했다고. 야구장에서는 분식을 싫어하는 선수지만 야구장 밖에서 김지용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아내와 분식집에 가는 분식 마니아다. 물론 내년에도 그라운드 위에선 분식은 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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