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잘못 만난 천재 포인트가드’ 웨스트브룩, 커리에 가려진 한 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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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비슷한 두 선수를 비교할 때 한 명이 평가 절하되거나 조명을 덜 받는 경우가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의 러셀 웨스트브룩(28)이 그렇다. 농구 전문가들은 그에 대해 늘 "때를 잘못 만난 천재 포인트 가드"라고 말한다.

웨스트브룩은 2008~2009시즌 데뷔해 올 시즌까지 경기당 평균 21.9점, 5.8리바운드, 7.7도움을 기록하며 NBA 역사상 가장 저돌적인 포인트 가드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은 동갑내기인 골든스테이트의 스테픈 커리(28)에게 전부 쏠려 있다.

웨스트브룩과 커리는 같은 포지션에 키도 190.5cm로 같다. 둘은 득점왕도 한 차례(웨스트브룩: 2014~2015시즌, 커리: 2015~2016시즌)씩 했다. 2009~2010시즌에 데뷔한 커리는 올 시즌까지 경기당 평균 22.5점, 4.3리바운드, 6.8도움을 올려 기록에서도 웨스트브룩과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 연속 골든스테이트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며 커리는 NBA 최고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올 시즌만큼은 웨스트브룩의 기세가 무섭다. 득점과 도움은 물론, 리바운드까지 완전히 물이 올랐다. 20일 현재 웨스트브룩은 경기당 평균 30.9점으로 동·서부 컨퍼런스를 통틀어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도움도 10.9개로 2위에 올라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노릴 수 있게 됐다. 리바운드도 10.5개(13위)를 기록하는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 자신의 역대 경기당 평균 기록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 웨스트브룩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24.7점, 4.4리바운드, 5.9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커리를 압도하고 있다. 선수의 코트 장악력을 평가하는 절대 기준인 팀 내 공격 점유율(Usage Percentage)도 41.4%로 NBA 선수 중 단연 으뜸이다.

그동안 "커리의 활약을 존경한다"며 몸을 낮췄던 웨스트브룩은 최근 "NBA에서 커리보다 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웨스트브룩의 활약으로 현역 최고 포인트 가드에 대한 평가도 원점에서 다시 이뤄지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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