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은 인구 10만명의 소도시다. 초·중·고·실업팀을 모두 보유한 경남지역 배드민턴의 산실이지만, 최근 전국 단위 대회는 개최하지 못했다. 그러나 9월 준공한 배드민턴 전용경기장 덕에 7년 만에 전국 대회에 주니어국제대회까지 개최했다.
2009년 학교대항배드민턴선수권 이후로 대회 개최가 끊겼으나, 13일부터 19일까지 가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학·일반부)를 유치한 데 이어 21일부터 27일까지 ‘2016 밀양 요넥스 코리아주니어오픈 국제배드민턴선수권’이 열리고 있다.
오랜만의 대회에 밀양시가 들썩였다. 가장 바쁜 건 밀양시청 손승모 감독이다. 손 감독은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은메달리스트로 여전히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유일한 남자단식 메달리스트로 남아있다. 밀양 출신 배드민턴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손승모와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인 이재진·황지만이 있다.
손 감독은 이번 대회 경기지원부 담당관을 맡고 있다. 협회에선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손 감독부터 찾는다. ‘일당백’이다. 협회 관계자는 “손승모 감독이 제일 고생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일을 부탁하기 제일 좋고 편하기 때문에 손 감독을 자꾸 찾게 되는 것 같다. 밀양 지역에서 선심들을 모집했는데, 손 감독 힘이 컸다”며 웃었다.
대표팀 코치를 하던 손 감독은 3년 전, 스승이던 김영수 감독이 작고하자 밀양시청팀을 맡게 됐다. 손 감독은 “배드민턴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밀양시에 정착했다. 밀양에서 이렇게 큰 대회가 개최돼 좋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전화기가 수시로 울릴 정도로 많이 찾으시는데 힘들어도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시청도 대회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밀양시청 지하 구내식당에 마련된 ‘조식 뷔페’가 그 중 하나다. 밀양시에는 관광호텔 1개를 제외하면, 호텔급 숙소가 없다. 인근의 모텔들을 숙소로 쓰게 됐는데 선수와 학부모, 관계자를 포함해 10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밀양을 찾아 대회 기간 방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모텔을 숙소로 쓰면서 ‘조식 제공’이 어려워졌다. 국제대회에선 해외 선수들을 위한 숙박과 조식 제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었지만, 협회는 밀양시와 재빠르게 공조해 출장 뷔페로 조식 제공을 하고 있다. 일본·대만·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 모두 만족하며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밀양중과 밀양여중 선수들은 의미 있는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경기 전마다 코트에 선수들 이름을 게시해야 하는데 1000명이 넘는 선수들의 이름표를 일일이 찾는 것이다. 돌아가면서 해도 힘든 일이지만, 학생들은 “고향에서 이런 큰 대회가 개최돼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