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프레이밍의 본질, 스트라이크를 안정되게 잡는 것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28일 05시 45분


포수의 프레이밍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은 스트라이크가 되기도, 볼이 되기도 한다. 사진은 LG 유강남의 프레이밍 연습장면. 사진제공|LG 트윈스
포수의 프레이밍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은 스트라이크가 되기도, 볼이 되기도 한다. 사진은 LG 유강남의 프레이밍 연습장면. 사진제공|LG 트윈스
포수 미트질, 제구 개선 효과 불구
오히려 볼 판정 역차별 받을 수도
신뢰가 중요한 ‘배터리 간의 언어’


# 포수의 프레이밍(framing)은 기술일까, 기만일까? 프레이밍은 소위 ‘미트질’이다. 스트라이크의 경계에 걸치는 공은 포수가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갈릴 수 있다. 야구는 지극히 복잡한 세계의 표현이지만 그 본질은 결국 ‘볼 카운트’ 싸움이다. 그래서 공 1개에 따라 흐름이 바뀌고, 승부가 변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포수의 프레이밍은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이 가치는 은밀할 수밖에 없다. 야구의 속성 자체가 상대를 속여야 되는 것이지만, 프레이밍은 심판의 눈까지 혼동 시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도덕률을 떼어내고 순수하게 통계로써 프레이밍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저 막연하기만 했던 이 작업을 미국 메이저리그가 투구추적 기술을 활용해 수치화하고 있다. 기술과 데이터 집계가 갖춰지면 관건은 무한대의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자료를 찾아낼 수 있는 상상력의 유무다. 남들이 못 보는 틈새를 통찰하는 프런트가 ‘저비용 고효율’의 강한 프런트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담당기자였던 트래비스 소칙이 쓴 ‘빅데이터 베이스볼’을 보면 프레이밍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다. 익히 알려진 통계자료 상으로는 큰 가치가 없어 보인 포수 러셀 마틴의 프레이밍 능력을 알아채고 피츠버그 구단이 영입한 것이다. 마틴 덕분에 피츠버그 투수들의 제구력이 일정부분 개선됐다. 투수진이 탄탄한 팀은 승률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 ‘자, 그러면 KBO리그에서도 이 프레이밍이 뛰어난 포수를 찾자’고 생각하는 팀이 있다면 이것은 그저 모방일 뿐이다.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는 프레이밍에 관한 원천 데이터를 추출하지 못하는 단계다. 언젠간 해결될 기술적 요인보다 더 중대한 한계는 ‘어느 팀 어느 포수가 프레이밍을 잘한다’고 입증이 되면 불리해지는 현실이다. 오히려 스트라이크-볼 판정에서 역차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구단 현역 배터리코치는 “같은 프로 1군선수라도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프레이밍 차이가 보인다. 분명 그런 팀 투수들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프레이밍 기술은 “가르치면 어느 정도 향상된다”고 한다. 그러나 프레이밍의 본질은 현란한 미트질이 아니다.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들려 하지 말고, 스트라이크를 스트라이크로 안정되게 잡아주는 것”이 프레이밍의 출발이라는 시선이다. 그래야 투수가 포수를 믿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프레이밍은 포수와 투수의 언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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