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하석주-노상래, 늘 함께 축구고민…끝은 “배 안고프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2월 5일 06시 40분


전남 하석주 전 감독(왼쪽)과 노상래 신임 감독은 2년 반에 걸쳐 동고동락하며 팀을 K리그 클래식의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그 덕분에 하석주 전 감독은 홀가분하게 지휘봉을 넘겨줄 수 있었고, 노상래 신임 감독은 안정 속에 변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동아를 만난 두 사람은 웃으면서 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내일에 대해 얘기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전남 하석주 전 감독(왼쪽)과 노상래 신임 감독은 2년 반에 걸쳐 동고동락하며 팀을 K리그 클래식의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그 덕분에 하석주 전 감독은 홀가분하게 지휘봉을 넘겨줄 수 있었고, 노상래 신임 감독은 안정 속에 변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동아를 만난 두 사람은 웃으면서 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내일에 대해 얘기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하석주-노상래 전남 감독 바통터치

하, 가족·어머니 생각에 6월부터 사퇴 생각
노, 너무 놀라서 감독 수락하는데 힘들었죠
노, 하 감독님 말처럼 편견없는 감독 돼야죠
하, 노 감독 책임감 대단…전남 영웅이잖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는 지난달 12일 하석주(46) 감독이 물러나고 노상래(44) 수석코치가 후임 사령탑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감독직의 대물림은 이례적이다. 대개 성적부진 등의 이유로 전임 사령탑이 떠나면 그 휘하의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가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키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전남은 달랐다. 2년 재계약 제의를 고사한 하 감독의 의견을 받아들여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노상래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넘기는 결단을 내렸다. 2년 반 동안 감독과 수석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전·현직 전남 사령탑이 올 시즌 최종전(11월 29일)이었던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광양 홈경기에 앞서 나눈 속 깊은 대화를 지면으로 옮겨본다.

● 일찍부터 준비한 이별

하석주(이하 하)=아마 5월? 6월쯤이었지. 천천히 떠날 준비를 했지. 가족, 어머니와 좀더 가까운 곳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 우선 6강에 올라간 뒤 말을 꺼내야겠다고 마음먹었지. 그런데 막상 정든 팀을 떠나려니 아쉽고 허전하고 그랬어.

노상래(이하 노)=5월인 것 같아요.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지금도 실감이 안 나는데, 그 때는 더했죠. 전 감독님과 오래 함께하길 바랐고, (감독직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안 돼 있었죠. 죄송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목표도, 꿈도 크신 분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도 무겁고요.

하=노 선생이 ‘감독님이 떠나면 나도 떠나겠다’고 어찌나 고집을 부리던지…. 욕을 했잖아. 프로 감독이라는 자리가 쉽게 찾아오는 것도 아닌데. 다행히 구단도 내 뜻을 받아줬어.

노=짧고도 길었던 2년 반, 3시즌을 함께하면서 숱하게 나눴던 대화와 고민들,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요. 특히 틈날 때마다 ‘배 안 고프냐?’고 하셨던 말씀도(웃음).

하=그러게, 항상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어서 그랬었나봐. 틈날 때마다 전달해야 하는 부분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고.

● 편견을 버려라!

노=감독님이나 저나 성격은 비슷해요. 민감하고, 꼼꼼하고. 그래서 더욱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죠.

하=아냐, 모두의 장단점이 있지. 나 역시 우승 감독도 아니고, 부족한 점이 많아. 끊임없이 노력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교훈을 찾는 노 선생을 보며 좋은 감독의 자질을 봤어.

노=‘선수들에게 편견을 가져선 안 된다’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표현이 서툴다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감독님의 포커페이스를 닮아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전술, 훈련도 중요하지만 제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하=노 선생의 책임감을 높이 샀어. 본인은 감독의 출발이라는 점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데, 잘할 거야. 감독 할 나이도 됐고, 전남 초대 멤버에 이 팀을 대표하는 영웅이잖아. 당황할 것 없어. 우리가 함께 전남을 이끌어오며 만든 팀 컬러를 유지하고, 자신의 능력을 조금씩 입혀나가면 아주 잘 될 거야.

노=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틈틈이 조언을 구하더라도 외면하지 마세요.

하=무슨 소리. 대학(아주대 축구부) 감독이 된 내가 부탁하고 도움 청하는 입장인데.

● 전남의 과거, 현재 그리고 내일

노=어떤 것보다 이 팀의 분위기만큼은 지키고 싶어요.

하=그래. 2012년과 2013년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 선수들을 휘몰아친다고 될 일도 아니었고. 그래도 그 힘겨운 시간을 잘 넘겨 지금이 있지 않았을까.

노=감독님의 역량이었어요. 욕심도 나고, 성과에 대한 부담도 크셨을 텐데 그 때마다 자신부터 되돌아보고 속을 달래시는 모습을 보며 항상 깨닫고 느꼈죠.

하=어린 친구들만 있다보니 지키는, 버티는 축구에 초점을 뒀지. 다행히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보강이 이뤄졌고. 올해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우리도 해볼만한 팀이 됐다”고 선전포고를 했는데, 걱정은 크더라. 이젠 대학에서 그런 스트레스는 덜 받아도 되니까 나쁘진 않네.

노=환경 탓을 하시지 않았잖아요.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올 시즌 우리가 38라운드 중 베스트매치, 베스트팀으로 선정된 게 10차례에 가까워요. 그만큼 좋은 팀이 됐잖아요.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는 게 중요해졌어요.

하=혹여 내가 실패자가 되더라도 나와 인연을 맺은 후배 지도자들까지 실패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 다행히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이뤄졌고. 헤어지더라도 기분 좋고, 멋지게 헤어지자는 게 신조야. 홀가분해.

노=감독님께서 얼마간 팀을 끌어올리시고 만들어놓으셨는데, 내년에는 장래성을 갖춘 유망한 선수들을 뽑아 잘해볼 생각이에요. 진심을 담은 헌신으로 꼭 좋은 팀을 만들게요.

하=그래. 자기 뜻대로 안 풀릴 때, 어렵고 힘든 시간일수록 더욱 냉정해야 해.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위기는 많이 온다. 이를 잘 넘기면 좋은 감독이 되는 거야. 파이팅!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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