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사람들]예선 10경기서 10골 ‘보스니아 혁명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World Cup Brasil 2014 D-9]
<6>깜짝 활약 기대되는 에딘 제코
유럽선수권도 못 가본 신생국… 당당히 ‘세계인의 잔치’ 이끌어
伊스킬라치-잉글랜드 오언 등도 첫 출전대회서 벼락스타 떠올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축구 변방국에 불과했다. 1992년 유고슬로비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국제무대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월드컵은 물론이고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단 한 번도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본선 진출 32개국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첫 월드컵 출전이다. 한 선수의 힘이 컸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30골을 터뜨렸다.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0골을 에딘 제코(맨체스터 시티)가 터뜨렸다. 유럽 예선에서 제코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네덜란드의 로빈 판페르시(11골)가 유일하다.

제코는 유럽 예선에서의 활약을 넘어 월드컵에서 깜짝 스타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제코처럼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선수들이 ‘깜짝 스타’로 떠오른 경우가 많다. 특히 최고의 활약을 펼치리라 기대했던 선수들이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칠 때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선수가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하는 경우는 대회마다 이어졌다.

월드컵 깜짝 스타를 말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6골을 넣으며 골든슈(득점왕)와 골든볼(최우수선수)을 동시에 석권한 살바토레 스킬라치(이탈리아)는 대표적인 ‘월드컵 깜짝 스타’다. 스킬라치는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대표팀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선수였다. 본선을 몇 달 앞두고 주전 공격수의 부상으로 겨우 대타로 대표팀에 들어갔다. 당연히 스킬라치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하지만 스킬라치는 체코, 우루과이 등 강팀들을 상대로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이탈리아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도 월드컵이 배출한 ‘깜짝 스타’다. 17세로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펠레는 현란한 드리블과 그림 같은 슈팅으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웨일스와의 8강전에서 월드컵 최연소 득점을 올리고 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더니 스웨덴과의 결승에서도 두 골을 넣으며 조국에 사상 첫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마이클 오언도 빼놓으면 섭섭할 월드컵 ‘깜짝 스타’ 중 한 명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18세의 나이로 깜짝 발탁된 오언은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환상적인 돌파에 이어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원더보이(신동)’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의외의 선수가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북한의 정대세는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대표적인 월드컵 ‘깜짝 스타’는 이동국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된 이동국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시원한 중거리 슈팅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박지성과 김남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기성용, 이청용도 월드컵을 통해 국제적인 스타로 떠오른 경우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깜짝 스타’는 탄생할 것이다. 그 ‘깜짝 스타’가 태극전사 중 한 명이길 기대해 본다. ‘한국 ‘깜짝 스타’ 탄생…첫 원정 8강 이끌다’란 제목과 함께.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브라질월드컵#에딘제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