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런던… 노메달리스트의 못다 한 이야기]<3·끝>역도 94kg급 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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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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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바벨은 못 들었지만 가족은 잘 들어 올려야죠”

2012 런던 올림픽 역도 남자 94kg급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김민재(아래 사진)는 11월 25일 역도 선수 출신 아내 이연화 씨와 뒤늦은 결혼식을 올린다. 위 사진은 둘째딸의 돌에 찍은 가족 기념사진이다. 김민재 제공·동아일보DB
2012 런던 올림픽 역도 남자 94kg급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김민재(아래 사진)는 11월 25일 역도 선수 출신 아내 이연화 씨와 뒤늦은 결혼식을 올린다. 위 사진은 둘째딸의 돌에 찍은 가족 기념사진이다. 김민재 제공·동아일보DB
“정말 노력했는데, 죽을 만큼 열심히 했는데….” 지난달 5일 런던 올림픽 역도 남자 94kg급에 출전한 김민재(29·경북개발공사)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손에 잡힐 듯했던 올림픽 메달을 날린 직후였다. 김민재는 인상에서 한국 신기록인 185kg을 들며 공동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용상 2, 3차 시기에서 연이어 220kg과 221kg을 드는 데 실패해 합계 395kg으로 8위로 처졌다.

빈손으로 한국에 돌아온 김민재는 또 한 번 울컥했다. 아내 이연화 씨(29)로부터 “무사히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에요. 이만큼만 해도 잘했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있잖아요”라는 말을 듣고서다.

김민재가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죽을 만큼 열심히 운동을 한 건 순전히 아내 이 씨를 위해서였다. 고교 시절 유망주였던 김민재는 대학교 1학년 때 역도에 흥미를 잃고 한동안 방황을 했다. 중국집 배달과 주유소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 군대에 갔다.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게 아내 이 씨였다. 한때 국가대표 역도 선수였던 이 씨의 권유로 제주도청에 입단하며 5년 만에 다시 바벨을 잡은 것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김민재는 일취월장했다. 급격히 기록이 향상됐고 이번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는 한국 대표팀의 ‘비밀 병기’로 불렸다. 연습 때 기록으로만 따지면 세계 정상권을 노려볼 만했다.

김민재는 2007년부터 이 씨와 함께 살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보미, 가현)도 얻었다. 하지만 2009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후 각종 국내외 경기에 출전하느라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김민재는 11월 25일 경기 고양의 한 웨딩홀에서 그동안 미뤄둔 결혼식을 올린다. 김민재는 “비록 메달을 선물하진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결혼식을 올린 뒤에는 죽을 힘 이상으로 열심히 운동할 것”이라고 했다.

런던 올림픽을 통해 얻은 것도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이전까지 김민재는 ‘새가슴’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연습 때는 엄청난 중량을 들어올리다가도 막상 경기장 플랫폼에만 올라가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는 “220kg과 221kg을 실전에서 시도한 건 처음이었다. 막판에 떨어뜨리긴 했지만 클린 동작(바벨을 어깨까지 들어올리는 것)까지는 가볍게 느껴졌다. ‘이걸 들면 메달이다’라는 생각에 조급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의 목표는 여전히 ‘메달 획득’일까. 이에 대해 그는 단호했다. “아뇨. 그땐 금메달이죠. 내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니까 꼭 금메달을 딸 겁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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