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센트럴 Park’…QPR엔 박지성만 있었다

  • Array
  • 입력 2012년 8월 20일 07시 00분


박지성. 사진제공|QPR홈페이지
박지성. 사진제공|QPR홈페이지
아시아 선수 첫 EPL 개막전 주장 완장
과감한 돌파·적극적 슛 등 플레이 변화
팀정비 미흡…스완지시티에 0-5 충격패

휴즈 감독 “박지성은 훌륭했다” 만족감
경기후엔 동료들 다독이며 ‘스킨십 교감’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한 주말. 최고의 빅뱅은 19일(한국시간) 런던 로프터스 로드에서 끝난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 스완지시티의 승부였다. 결과는 0-5 QPR의 대패. 혹독한 결과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QPR 캡틴 박지성(31)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도전이 갓 시작됐다는 점이다. 익숙한 붉은 유니폼 대신, 푸른 유니폼을 입었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아시아 선수로 처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주장으로 나선 박지성은 초록 필드를 누볐다. 90분 풀타임 출격으로 첫 걸음을 뗀 박지성을 집중 조명했다.

○선명했지만 외로운

확실히 박지성은 독보적인 존재다. 영국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짐 호그슨은 “QPR에서 팍(Park)은 완벽한 ‘언터처블(untouchable)’이다. 발자취나 네임밸류 등 모든 부분에서 동료들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데 호그슨 기자가 빼놓은 게 있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을 버텨낸 건 이름값의 힘이 아니었다. 성실과 꾸준함,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이었다. 튀지 않고 묵묵히 동료들을 빛나게 했다. 다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일명 ‘센트럴 팍(Park)’ 전술이 가동된 순간.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지만 맡은 임무를 잘 수행했다. 특유의 멀티 포지션 본능도 드러났다. 과감한 측면 돌파로 상대의 혼란을 유도했다. 2% 부족함이 있다면 수비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 것. 패스 한 번에 붕괴되는 디펜스에 힘을 불어넣지 못했다. 공격도 잘 풀리지 않자 중거리 슛까지 하는 등 적극적인 플레이를 했다. 패스를 받고, 공간을 찾아 이동해줄 동료가 없어 비롯된 일이지만 생존을 위한 변화였다.

현장에서도 박지성이 화두였다. 경기가 끝난 뒤 이어진 공식 인터뷰에서 QPR 마크 휴즈 감독은 질문을 3개 받았는데 모두 박지성과 연관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답도 분명했다. “박지성의 퍼포먼스는 훌륭했다. 플레이도 좋았다.”

하지만 여지는 남겨뒀다. “포지션 선정에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휴즈 감독은 “앞으로 계속 좋아질 것이다. 우리에게 많은 옵션이 있다. 걱정할 것 없다”고 답했다. 측면으로의 이동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었다. 휴즈 감독은 7월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 때도 “(박지성을) 꼭 필요한 위치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익숙지 않은 아픔…그래도 ‘스킨’ 리더십

어쩌다 한 번씩 패하고, 그때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노발대발했던 맨유와 다르다. QPR의 지상과제가 우승이 아닌, 강등권 탈출이기에 승점 3을 얻는 경우가 드물다. 지는 게 익숙해선지 홈 팬들도 헛웃음만 지을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박지성은 물론 그렇지 못했다. 구단의 만류로 믹스트존 인터뷰에 참석하는 대신, 곧장 경기장을 빠져나갔으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54) 씨도 “아직 팀 정비가 덜 이뤄진 모양”이라며 애써 쓰린 속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주장다웠다.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였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스완지시티 수비수 치코 플로레스가 유니폼 교환을 요청하자 흔쾌히 받아들이며 악수를 나눴다. 풀 죽은 동료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한 장면도 ‘리더’ 박지성을 실감케 했다. 여유와 관록이 묻어나왔다. 퇴근길에는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수비수 안톤 퍼디낸드를 부모님에게 소개한 뒤 차에 동승시켰다. 맨유에서도 박지성은 동료들과 종종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스킨십을 통한 교감은 항상 큰 도움이 됐다. 진심은 통했고, 단합이란 결실을 이뤘다.

QPR에서 박지성은 빠르게 녹아들고 있었다.

런던(영국)|남장현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