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2승18패 상무가 말한다, 용병 뛰는 팀과 경기가 되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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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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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출전 제한 없으면 리그 불참 - 팀해체” 배수진
배구聯 “검토”… 일부선 “상무가 흥행 저해” 의견도

상무 거수경례,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상무신협 선수들이 코트에서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을 
다음 시즌부터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지난해 1월 11일 안방인 성남체육관에서 정규시즌 1위를 달리던 대한항공을 꺾은 뒤 관중을
 향해 경례를 하고 있는 상무신협 선수들. 동아일보DB
상무 거수경례,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상무신협 선수들이 코트에서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을 다음 시즌부터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지난해 1월 11일 안방인 성남체육관에서 정규시즌 1위를 달리던 대한항공을 꺾은 뒤 관중을 향해 경례를 하고 있는 상무신협 선수들. 동아일보DB
프로배구 남자부 초청팀 상무신협을 다음 시즌에도 V리그에서 볼 수 있을까.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달 초 국군체육부대가 보낸 공문을 받았다. 본보가 확인한 공문 내용은 이번 시즌 전반기(3라운드)를 마친 상황에서 팀 성적 부진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전력 향상을 위해 협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연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리그 불참 및 배구단 해체도 불사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상무신협이 V리그 불참을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2008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을 요청했고 2009∼2010시즌에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만큼 강경한 자세는 아니었다. 상무신협 관계자는 “국방부 장관께서도 이대로는 장병 사기만 떨어뜨린다며 당장 대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하셨다”고 말했다.

프로배구는 2005년 출범하면서 아마추어팀 상무와 한국전력(현 KEPCO)을 리그에 포함시켰다. 프로팀 수가 4개로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KEPCO가 2008∼2009시즌 프로로 전향하면서 이제 아마추어팀은 상무신협만 남았다.

상무신협의 요구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상무신협과 맞붙을 때는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제한할 것. 둘째, 우수 자원이 입대할 수 있도록 복무 기간을 자유계약선수(FA) 인정 기간에 포함하는 등 규정을 보완할 것. 셋째,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처럼 준국가대표 수준의 코칭스태프를 지원해 줄 것 등이다. 상무신협은 16일 현재 2승 18패로 꼴찌다. 대한항공과 LIG손해보험을 이긴 게 전부인데 두 팀은 당시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못했다.

상무신협 원종찬 경기대장은 “너무 지다 보니 선수들 마음의 상처가 크다. 불공평한 전력을 조금이라도 보완해 달라는 것인데 프로팀들이 외면하고 있다. 초청했으면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배수의 진을 친 상무신협에 대해 프로팀 감독과 프런트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한 상위권 팀 감독은 “프로는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며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게 목표다. 거액을 들여 영입한 외국인 선수를 경기에서 빼라는 것은 절대 들어줄 수 없는 요구”라고 말했다. 다른 팀의 사무국장은 “우수한 선수를 달라고 하는데 공익근무 판정을 받은 선수라면 상무신협에 갈 리 없다. 퇴근 이후 소속팀에서 충분히 관리 받으며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역 판정을 받은 선수들이 상무신협의 예비 자원인데 주전이 아니라면 모를까 팀의 에이스를 굳이 일찍 입대시킬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팀의 감독은 “상무가 프로 출범기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이제는 프로만 6개 팀이 있는 상황이다.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무신협의 리그 참여는 되레 흥행을 저해한다. 대부분의 감독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KOVO 관계자는 “최근 연맹 간부들이 국군체육부대를 방문해 부대장을 만났지만 의견 차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이사회를 열어 상무신협이 요청한 내용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이상 외국인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을 팀은 없다. 상무신협이 프로리그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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