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경험으로 한국야구 발전 밀알이 되리라” 박찬호 한화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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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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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특급’ 내년 출격구본능 KBO총재 연임… 사무총장엔 양해영 씨

13일 오전 10시 40분경.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6층 회의실에서 한 구단 사장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통과됐어요. 그렇게 반대했는데….”

오전 9시에 시작된 회의는 1시간 반 만에 끝났지만 난상토론이었다. “특정 선수에 대한 특혜 아니냐” “신인 지명권을 내놓아야 한다”는 등 고성이 오갔다. 하지만 결론은 국내 복귀 허가였다. 야구팬들의 열망이 컸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를 던지며 한국을 알린 투수를 배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찬호(38·사진)가 내년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 선다. 고향 팀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 한양대 재학 시절인 1994년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에 입단한 지 18년 만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3일 제7차 이사회에서 박찬호가 내년 시즌 국내 무대에 복귀하는 특별 규정을 통과시켰다. KBO 규약에 따르면 1999년 이전에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무조건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한화는 나머지 구단을 설득해 예외적으로 박찬호의 복귀를 이끌어냈다.

KBO는 “박찬호가 해외에서 국위를 선양했고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한화가 2007년 해외 진출 선수 특별지명에서 제외됐던 점도 감안했다. 이에 따라 추신수(클리블랜드) 김병현(전 라쿠텐)도 언제든 국내 복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는 다저스를 시작으로 텍사스, 샌디에이고, 뉴욕 메츠, 휴스턴, 필라델피아,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등에서 뛰며 아시아 선수 최다승(124승)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해 1승(5패)에 머문 뒤 방출됐다.

박찬호는 10월 28일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문학구장을 방문해 “국위를 선양한 만큼 내년부터 국내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KBO 이진형 홍보팀장은 “일부 구단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박찬호의 국내 복귀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박찬호는 자신의 매니지먼트사 팀61을 통해 “고국에서 뛸 수 있게 도와준 야구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내년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 한국 야구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구본능 총재와 9개 구단 사장이 모두 참석했다. 내년 아시아 시리즈를 국내에서 개최하는 안건은 KBO에 위임했다.

한편 이사회는 구본능 KBO 총재를 제20대 총재로 구단주 총회에 추천했다. 구단주 총회는 형식적 절차다. 구 총재는 내년부터 3년간 더 KBO를 이끈다. 구 총재는 이날 이사회 동의를 얻어 양해영 사무차장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 양 신임 총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8년 KBO에 입사해 홍보부장, 총무부장, 관리지원팀장을 지냈다. 이상일 전 사무총장은 야구박물관과 명예의 전당 건립을 위한 총재 특별 보좌역으로 선임됐다.   
▼ 떨어진 구위… 연봉 갈등… “한화, 골치 아플 겁니다” ▼

“이제부터 한화가 골치깨나 아플 겁니다.”

A구단 단장은 박찬호의 국내 복귀가 결정되자 이렇게 말했다. 한화와 박찬호가 연봉 계약 등 대우와 관련해 갈등을 겪을 소지가 많다는 얘기였다. B구단 사장은 “박찬호가 경험은 많지만 올 시즌 일본에서 1승뿐이다. 내년에 국내에서 제몫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찬호는 내년에 39세가 된다. 해외파 복귀 선수 가운데 최고령이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다승(124승)을 거뒀지만 올해 일본에서 1승 5패 평균자책 4.29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였다.

해외파가 국내에 복귀할 때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건 2006년 뉴욕 메츠에서 한화로 돌아온 구대성의 55만 달러(당시 약 5억3000만 원)였다. 37세였던 구대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해외 유턴파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었다.

한화는 내년 시즌 4강 이상의 성적을 노린다. 이를 위해 일본에서 돌아온 김태균과 박찬호, LG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투수 송신영을 영입했다. C구단 감독은 “박찬호는 팀 최고참으로 분위기 메이커가 돼야 한다.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화의 4강 목표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미 부와 명예를 얻은 박찬호가 돈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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