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여자농구 간판스타 강현숙 씨, KBL 첫 여성 심판위원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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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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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농구판에 ‘女 포청천’ 뜬다

1979년 서울에서 열린 제8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 볼리비아와의 경기에 출전한 강현숙 신임 KBL 심판위원장. 강 위원장은 당시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동아일보DB
1979년 서울에서 열린 제8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 볼리비아와의 경기에 출전한 강현숙 신임 KBL 심판위원장. 강 위원장은 당시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동아일보DB
《1970년대 한국 여자 농구의 간판스타였던 강현숙 대한농구협회 기술이사(56)가 한국농구연맹(KBL) 심판위원장에 선임됐다. 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 이후 여성 심판위원장이 탄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BL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한선교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강 이사를 심판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강 신임 심판위원장은 1978년 방콕 아시아경기 금메달에 이어 197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자선수권 때 대표팀 주장을 맡아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베스트 5에도 뽑혔던 명가드 출신이다. 1972년 청소년대표를 시작으로 1980년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뛰면서 국제대회에서 우승 5차례, 준우승 3차례를 경험했다.》
WKBL 제공
WKBL 제공
어느덧 50대 중반에 접어들어 세 딸을 둔 어머니에 지난해 사위까지 봤지만 강 위원장은 여자프로농구 경기장을 자주 찾아 후배들을 격려하고 행정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농구를 향한 끝없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체코에서 열린 세계여자선수권 때는 대표팀 선수단장을 맡았다.

강 위원장은 “며칠 전 한선교 총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너무 파격적인 제안이라 생각돼 조심스럽기도 했고 고민도 많았다. 부족하지만 도전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위원장은 “남녀를 떠나 나도 같은 농구인이다. 당장에 뭘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심판들이 자긍심과 자신감을 갖고 코트에 설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판위원장과 같은 중요한 자리를 나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제의한 것은 그만큼 투명하고 깨끗한 판정을 하겠다는 뜻을 각 구단에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며 “여자농구에서 사심 없이 열심히 일한 것같이 KBL에서도 농구 인생의 마무리를 잘 짓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일부 구단이 남자 농구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강 위원장 선임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으나 그동안 불신과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심판 판정에 대한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KBL 심판은 모두 남자다. KBL은 강 위원장 선임과 함께 판정 개선을 위한 시스템과 심판 평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총재는 “주변에서 정직하고 강직한 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며 강 위원장을 선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이사에는 안준호 전 삼성 감독이, 기술위원장에는 신선우 전 SK 감독이 선임됐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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