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뭉친 평창 유치 주역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7일 0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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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이 2전3기 끝에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는 순간 그들의 표정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 어느 때보다 유치 작업에 공을 들였기에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이번 유치 경쟁에는 '드림팀'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주요 인사들이 막바지까지 발을 벗고 나섰던 게 성공 비결로 꼽힌다.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평창 유치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IOC의 강화된 윤리 규정과 행동 강령에 따라 후보 도시와 IOC 위원의 개별 접촉이 엄격하게 금지된 가운데 이 위원은 IOC 위원들과의 대표적인 소통 경로였다. 1996년 IOC위원에 선임된 이 위원은 자칫 천기를 누설할까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다 만났다"는 자신의 말처럼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볐다. 이 위원의 진두지휘 속에 10년 이상 올림픽 톱 스폰서였던 삼성은 두터운 인맥과 철두철미한 관리를 앞세워 전방위로 유치 활동에 뛰어들었다. 평창의 유치가 결정된 IOC 총회 장소였던 남아공 더반에는 일찌감치 삼성 관계자들이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측면 지원에 공을 들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인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은 유치 관련 국내외 주요 행사에 장인인 이건희 위원과 동행해 적극적으로 표밭을 일궜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도 온 힘을 다해 지원했다. 국제유도연맹회장과 ICO 위원을 역임했던 박 회장은 IOC 위원들과의 개인 유대를 강화했다. 국가적인 대사를 위해 한 우물을 팠다. 박 회장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유치 활동을 위해 지구 13바퀴에 해당하는 51만376km를 돌았고 272일 동안 해외에 체류했다.

박 회장은 "외국 출장 도중 아내에게 잘 살고 있느냐는 안부 e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고 애환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 회장이 이끈 대한체육회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의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유치 당위성을 홍보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피겨 여왕 김연아의 존재감은 역시 컸다. 평창 유치에 강한 책임감을 느낀 김연아는 5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후보도시 테크니컬 브리핑을 비롯한 주요 행사에 프레젠테이션 발표자로 나서 IOC 위원들의 한 표를 호소했다. 한국 겨울 스포츠의 간판이 된 그는 "내 어린 시절처럼 겨울스포츠에서 꿈과 희망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어린 새싹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김연아는 독일의 피겨 전설 카타리나 비트와 득표를 둘러싼 치열한 장외 대결을 펼쳐 '만점 연기'를 보였다.

태권도 스타 출신 문대성 IOC 위원도 젊은 패기로 발품을 팔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문 위원은 나이 많은 IOC위원들의 어깨까지 주물러주며 정성을 다했다.

한 마음으로 힘을 합친 이들 모두가 한국 스포츠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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