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호기심천국] ‘안전모드 싱커’의 비밀? ‘서클’그립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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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8일 07시 00분


▲ 잠수함 투수의 전통적인 싱커는 ‘릴리스 직전, 손등을 덮어 팔꿈치를 많이 비틀기 때문에’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안으로 내 놓을 수 있는 ‘안전모드’의 싱커는 크게 2부류다. KIA 이강철 코치가 손영민(사진)에게 강조하는 ‘손가락 움직임을 강조하는 직구형 싱커’ 그리고 SK 조웅천 코치가 현역시절 던졌던 ‘투심 서클체인지업’이다.스포츠동아DB
▲ 잠수함 투수의 전통적인 싱커는 ‘릴리스 직전, 손등을 덮어 팔꿈치를 많이 비틀기 때문에’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안으로 내 놓을 수 있는 ‘안전모드’의 싱커는 크게 2부류다. KIA 이강철 코치가 손영민(사진)에게 강조하는 ‘손가락 움직임을 강조하는 직구형 싱커’ 그리고 SK 조웅천 코치가 현역시절 던졌던 ‘투심 서클체인지업’이다.스포츠동아DB
잠수함 투수에게 싱커는 과연 독인가?
잠수함 투수에게 싱커란?
직구 처럼 날아오다 좌타자 바깥쪽 낙하
땅볼처리에 유용…마무리엔 ‘주요 옵션’


시범경기는 구종을 시험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최근 ‘싱커’는 마무리투수의 주요옵션이 되는 분위기. 오승환(삼성)과 손영민(KIA), 그리고 김병현(라쿠텐)이 싱커를 연마하고 있다. 직구처럼 오다가 좌타자 바깥으로 살짝 떨어지는 싱커는 땅볼유도가 용이하다.

주자있는 상황에서 등판이 잦은 불펜투수에게 특히 유용한 구종이다. 유동훈과 김상훈(이상 KIA), 송지만(넥센) 등은 “공에 역회전이 걸리기 때문에 실투 시 장타의 가능성이 적은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싱커의 위험성을 언급하는 관계자도 적지 않다. 역회전을 위해 팔꿈치를 비틀다보면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싱커는 부상위험이 높을까? 또 ‘안전모드’의 싱커는 없을까?
팔꿈치엔 독?
강한 역회전 걸면서 팔꿈치 비틀면 위험
‘싱커의 마술사’ 박충식 조차 결국엔 단명


○잠수함의 싱커는 팔꿈치에 독?


싱커는 그립과 던지는 방식이 다양해, 팔꿈치에 대한 영향도 일원화시킬 수 없다. 우완정통파의 경우 팔꿈치를 비틀어 던지는 역회전싱커는 이제 전통적인 개념이다.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은 “최근의 싱커는 그립에서부터 ‘우타자 몸쪽으로 꺾이면서 떨어지도록’ 잡는다. 그리고 검지에 약간 힘을 주는 느낌으로 직구처럼 던진다.

좌타자 몸쪽으로 살짝 꺾이는 컷패스트볼의 대칭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로페즈(KIA)와 히메네스(라쿠텐)의 주무기인 ‘하드싱커’다. 이 경우 직구와 같은 방식으로 던지기 때문에 팔꿈치에 큰 무리를 줄 이유는 없다. MLB전문가 송재우 해설위원도 “케빈 브라운(전 양키스)이 싱커 때문에 부상을 당했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데릭 로(애틀랜타)도 싱커가 주무기지만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옆구리투수’의 싱커는 팔꿈치에 부담을 준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KIA 이강철 투수코치, SK 조웅천 투수코치 등이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옆구리투수가 싱커를 던질 때는 릴리스 직전 손등을 엎어주는 동작으로, 공 윗부분에 강한 회전을 줘야 한다. 이 때 팔꿈치가 꺾일 수밖에 없다. ‘투구수가 많은’ 선발투수라면 무리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관계자들은 ‘싱커의 마술사’ 박충식(전 삼성)이 단명한 사례를 언급했다. 반면 각각 커브와 서클체인지업이 주무기였던 이강철, 조웅천 코치는 선수로서 장수했다. 이 코치는 “내가 무릎수술을 받은 것은 극단적인 크로스스텝 때문이었다. 팔꿈치가 아팠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안전한 싱커도 있다!
이강철 코치 “꺾지 말고 중지로 눌러라”
싱커와 비슷한 ‘투심 서클’ 롱런의 비


○이강철·조웅천 코치가 밝히는 안전모드 싱커

하지만 옆구리투수에게도 ‘안전모드’의 싱커는 존재한다. 이강철 코치는 손영민에게 릴리스 순간 손가락의 움직임을 강조한다. “새 구종보다 장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리하게 손등을 덮어서 꺾지 말고, 중지의 안쪽에 힘을 실어서 부드럽게 눌러주라”는 것이다.

우완정통파의 하드싱커와 비슷한 원리. 각은 다소 짧아질 수 있지만, 구속은 전통적인 싱커보다 빠르다. 손영민은 “공을 ‘일부러 만들어서’ 던지려고 하면 도리어 공이 밋밋해 진다. 직구처럼 자연스럽게 때린다”고 밝혔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싱커도 그립에 따라 팔꿈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서클체인지업 그립을 잡았다. “팔꿈치를 비트는 것이 아니라, 공이 손에서 자연스럽게 ‘스윽’ 빠지는 느낌”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적인 경우가 SK 조웅천 코치다. 선수마다 차이는 있지만, 싱커그립은 투심패스트볼의 그것과 비슷하다. 조 코치는 투심 그립을 중지와 약지로 잡고, 서클 체인지업을 던졌다. 이른바 ‘투심 서클.’ 종으로 떨어지는 큰 각이 특징이었다.

조 코치는 “엄밀히 말하면 싱커가 아니라 서클체인지업이었다. 하지만 싱커와 궤적과 효과가 유사해 몇 년 간은 모두 싱커인줄 알았다. 나도 굳이 내 무기를 노출할 필요가 없어서 말을 하지 않았었다. 중고생이라면 롱런할 수 있는 투심서클에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보통 옆구리투수들이 싱커에 공을 들이는 주요한 이유는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다. ‘투심서클’ 덕에 조 코치는 왼손타자의 천적이었다. 통산피안타율은 좌타자(0.255)를 상대할 때가 우타자(0.261)때보다 더 좋았다. 2007년(0.182)과 2008년(0.159)에는 1할대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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