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통신원 수첩]‘텍사스 영웅’ 워싱턴-해밀턴의 인생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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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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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에서 텍사스를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 후보로 지목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LA 에인절스가 1순위 후보였다. 텍사스는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8개 팀 가운데 가장 풍성한 뒷얘기를 제공했다. 단순히 11년 만에 가을 축제에 초대받아서가 아니다.

텍사스는 전신 워싱턴 세너터스(1961년)를 포함해 3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한 번도 이겨 본 적이 없었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포스트시즌에서 이겨 보지 못한 팀은 텍사스가 유일했다. 세 번 모두 뉴욕 양키스와 맞붙어 쓴잔을 마셨다.

텍사스는 스프링캠프부터 뒤숭숭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지난해 올스타전 무렵 론 워싱턴 감독(58)의 코카인 복용을 폭로했기 때문이었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구단의 파산으로 경영진이 바뀌면서 전력마저 불안정해 보였다. 그러나 텍사스는 거함 양키스를 4승 2패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양키스의 팀 연봉은 2억6000만 달러, 텍사스는 55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포스트시즌 클리프 리를 7월 드레이드 마감 때 영입한 것을 비롯해 2002년 텍사스에서 데뷔해 여러 팀을 거친 뒤 일본 히로시마를 마지막으로 찍고 친정으로 돌아온 콜비 루이스, 에인절스가 포기한 블라디미르 게레로 등 텍사스의 해피 스토리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강타자 조시 해밀턴(29)과 팀을 스몰볼 야구로 탈바꿈시킨 워싱턴 감독의 스토리를 능가할 인물은 없다. 해밀턴과 워싱턴 감독은 ‘두 번째 기회(Second Chance)’를 얻고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주인공이다. 나란히 약물의 덫을 떨쳐낸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밀턴은 1999년 신생팀 탬파베이에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지명 받은 유망주였다. 은퇴한 켄 그리피 주니어,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이 전체 1번 지명자들이다. 그러나 해밀턴은 약물중독에 빠지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 너무 큰돈을 만졌던 게 탈이었다. 오랜 방황을 딛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게 2007년 신시내티에서다.

해밀턴은 양키스와 6차전을 치르는 동안 4개의 홈런과 8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약물과 술을 끊은 해밀턴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변신했다.

감독직에서 물러날 뻔했던 워싱턴 감독도 놀런 라이언 사장, 존 대니얼스 단장, 선수들이 버팀목이 돼주면서 텍사스를 월드시리즈에 올려놓는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텍사스가 월드시리즈 정상까지 밟을 수 있을지 팬들은 해밀턴과 워싱턴 감독을 따뜻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문상열 기자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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