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주위 관심… “이제 마음 편히 웃으며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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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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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겪는 과도한 관심에 그동안 너무 부담 됐었죠내년 아시아경기 金목표로 하루 10~14회 점프 훈련

■ 올림픽 끝난뒤 6개월, 스키점프대표팀 요즘은

선수들이 점프 훈련을 하기 위해 점프대를 오르고 있다. 10여 분간 모노레일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온 선수들이 내려가는 시간은 3초면 충분하다. 왼쪽부터 최용직, 강칠구, 최흥철, 김현기(이상 하이원), 박재언(상지고).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선수들이 점프 훈련을 하기 위해 점프대를 오르고 있다. 10여 분간 모노레일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온 선수들이 내려가는 시간은 3초면 충분하다. 왼쪽부터 최용직, 강칠구, 최흥철, 김현기(이상 하이원), 박재언(상지고).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여기가 영화 찍은 곳이래.”

비가 내리는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내 스키점프 경기장. 삼삼오오 짝을 이룬 관광객이 차를 세웠다.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구경을 마친 차가 떠나면 조금 있다가 다른 차가 나타났다. 어느새 이색 볼거리라도 된 듯했다. 하지만 10명의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곳이다. 1년 중 5개월간 땀을 흘리는 삶의 터전이다.

지난해 국내에선 생소했던 스키점프가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의 힘이 컸다. 스키점프 대표팀을 다룬 이 영화는 극장에서 850만 명이 봤다. 소외받던 실제 대표팀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후원도, 훈련장도 없었던 대표팀은 이런 열기가 낯설기만 했다. 올해 3월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앞두고는 모든 것이 부담스러웠다. 결국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갖고 있던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반년 만에 만난 이들은 “주위의 시선이 줄어든 요즘이 오히려 편하다”고 웃었다.

○ 고교생 4명 들어와 10명 대식구로

스키점프 대표팀이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내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점프대는 높이가 60m로 보통 사람은 서 있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점프대에 섰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스키점프 대표팀이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내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점프대는 높이가 60m로 보통 사람은 서 있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점프대에 섰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대표팀은 그대로였다. 김흥수 코치를 비롯해 최흥철, 최용직, 김현기, 강칠구(이상 하이원) 등 5명은 평소대로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다만 새 얼굴이 눈에 띄었다. 대표팀 상비군이었다. 고등학생 4명과 새 코치까지 10명의 식구로 불었다. 김 코치는 “지난해 경기장이 완공되면서 올해는 함께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스키점프는 겨울 종목이다. 눈이 내려야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여름에도 대회가 열린다. 슬로프에 물을 뿌리기 때문에 가능하다. 비가 내리면 더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니었다. 최흥철은 “비가 오면 스펀지로 된 옷이 젖어서 몸이 무거워진다. 비가 많이 오면 훈련도 못한다”고 말했다. 하루에 오전과 오후로 나눠 10∼14회 스키점프 훈련을 한다. 더 많이 탈 수 있을 것 같지만 최용직은 “한 번 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체력 소모가 꽤 크다”고 한다. 실제로 이날 오후 훈련에서 5명이 6번씩 내려오는 데도 1시간 반이 걸렸다.

올림픽 때 웃음을 잃어버린 것 같았던 김 코치의 표정은 밝았다. 김 코치는 “올림픽 때 사람들의 관심과 성적에 대한 기대 때문에 부담이 컸다. 웃지 못했다”며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덜해지니깐 오히려 홀가분하다. 이제는 선수들과 웃으면서 훈련한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김현기는 “갑작스럽게 쏟아진 사람들의 관심이 힘들었다. 20년 넘게 스키점프를 하면서 그런 관심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제는 알려졌으니 달라진 점은 없을까. 김 코치는 “스키점프 대표팀이라고 말하면 ‘아, 번지점프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며 웃었다.

○ 2018년 평창올림픽서도 뛰었으면

대표팀은 올 시즌 30개의 월드컵 대회는 물론 내년 2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겨울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있다. 대표팀은 2003년 아오모리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007년 종목이 없어졌다가 부활했다. 김 코치는 “개최국 카자흐스탄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3파전이 될 것 같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메달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메달 획득 전망은 밝지만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선수가 여전히 4명이라는 점. 한 명이라도 부상하면 단체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스키점프의 종목 특성상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려면 6, 7년이 필요하다. 상비군이 있지만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까지 4명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버텨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아직 유망주가 없기 때문. 다행히 다음 달 6일부터 국내 어린이 대회를 열어 유망주를 선발할 기회를 얻었다. 김 코치는 “스키점프를 하고자 하는 초등학생이 나타나야 2018년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리게 된다면 제대로 된 대표팀을 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 대표팀은 짐을 챙겨 숙소로 향했다. 지나친 관심은 부담이지만 지속적인 관심은 이들에게 또 다른 희망이다.

평창=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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