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월드컵 중계 차분하게 준비하는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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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투자 - 깊이있는 내용 인상적

남아공 월드컵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에선 지상파 ABC와 케이블 ESPN이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ESPN과 ABC는 소유주가 같은 자매 방송이다. 스포츠 전문인 ESPN은 월드컵에 대비해 3D 중계를 준비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조용한 편이다. 단독 중계권을 갖고 있는 ESPN도 차분하다. 4일부터 열리는 보스턴 셀틱스와 LA 레이커스의 미국 프로농구 파이널이 뉴스의 초점이다. 이 경기 역시 ESPN과 ABC가 단독 중계권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ESPN이 월드컵 방송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관련 보도를 날마다 내보내고 있다. 미국은 축구 열기와는 거리가 있지만 월드컵 관련 방송 제작은 우수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NBC는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국내에선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정작 미국에 사는 한인 동포들은 한편으로 NBC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NBC가 보신탕만 제외한다면 한국의 전통 문화를 너무나 잘 소개해 한인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해준 때문이다. 서울 올림픽의 NBC 방송 시그널은 한국 고유의 십장생도로 시작됐다.

미국은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가 모두 한 방송사의 단독 중계로 이뤄진다. 미국 방송사들의 스포츠 이벤트 중계는 단순히 경기 위주가 아니다. 주최국의 문화 소개,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휴먼 스토리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도한다. NBC의 밴쿠버 겨울올림픽 김연아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했다.

ESPN은 월드컵 보도를 하면서 남아공 정치범 수용소인 로벤 섬을 등장시켰다. 케이프타운에서 7km 떨어진 로벤 섬은 살아서는 나가지 못한다는 남아공판 앨커트래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등이 이곳에 수용됐었다. 로벤 섬이 등장한 이유는 40년 전 이곳에서 열린 정치범들의 축구경기가 인종 화합의 씨를 뿌렸고, 결국은 남아공 월드컵 주최의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국내 단독중계권을 가진 SBS도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는 해설이 아닌 방송사에 남을 월드컵 중계를 해주길 바란다.―로스앤젤레스에서

로스앤젤레스=문상열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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