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전향 안한 마이웨이 결실”

  • Array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모태범 가족 “만세” 환호
“길몽 꿨는데 나중에 공개”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의 가족이 경기 장면을 지켜보며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누나 은영 씨, 아버지 영열 씨, 어머니 정연화 씨, 큰어머니 최순옥 씨. 포천=김재명 기자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의 가족이 경기 장면을 지켜보며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누나 은영 씨, 아버지 영열 씨, 어머니 정연화 씨, 큰어머니 최순옥 씨. 포천=김재명 기자
“장하다, 우리 아들. 생일선물로 엄마한테 너무나 멋진 걸 줬어.”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모태범(21)이 16일 오후 3시 반경 경기 포천시 소흘읍 자택에 전화를 걸어오자 집 안은 다시 한 번 ‘만세’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어머니 정연화 씨(49)는 “태범이가 평소에 ‘500m 훈련을 많이 못했다’고 해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금메달을 따서 놀랍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모태범의 집은 ‘깜짝’ 금메달 획득 소식 이후 찾아온 20여 명의 취재진과 친척, 이웃들로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아버지 모영열 씨(51)는 “출전하는 스케이트 대회마다 상을 타 오던 아들이 이번엔 정말로 큰일을 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모태범은 서울 은석초등학교 때 처음 스케이트에 입문했다. 우연히 찾아간 서울어린이대공원 스케이트장에서 처음 타 본 스케이트 자세를 보고 곁에 있던 코치가 “이 아이는 꼭 운동을 시켜야 한다”고 권유하면서부터다. 그 후 서울 경희중과 잠실고, 한국체대를 거치며 10년 동안 스피드스케이팅 한 종목에 집중했다.

한국 선수들이 강한 쇼트트랙 쪽으로 바꿔볼 생각은 없었을까. 어머니 정 씨는 “연습경기 때 쇼트트랙도 몇 번 탔는데 몸싸움이 약해 바꾸지 않았다”며 “지금은 그게 오히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며 웃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중 간판인 이규혁 이강석의 그늘에 가려 있던 설움도 이번에 완전히 털었다. 아버지 모 씨는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에도 언론에서 태범이에 관한 언급이나 관심은 거의 없었다”며 “솔직히 ‘우리 아들 한번 지켜보라’는 심정으로 경기를 봤다”고 전했다. 모 씨는 플라스틱제조공장을 운영하며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가족들은 앞으로 있을 1000m와 1500m 경기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모태범 스스로도 가족에게 ‘컨디션이 좋다’고 말했을 뿐 아니라 그동안 가장 많이 훈련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정 씨는 “어젯밤 태범이 아버지와 내가 둘 다 ‘길몽’을 꿨다”며 “올림픽 경기가 최종적으로 모두 끝나고 나면 꿈 내용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포천=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