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축구선수권 韓中日감독 3色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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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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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제4회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본선 진출국인 한국과 일본으로선 사실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번 대회 상대국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만날 상대와는 다른 색깔의 팀이어서 실전 훈련에 큰 효과가 없기 때문.》
그래서 대회 전부터 허정무 한국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16강이 우선이다. 동아시아대회는 준비하는 과정일 뿐”임을 강조해왔다. 반면 일본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목표는 월드컵 4강이다. 동아시아대회에서도 우승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월드컵 4강이 목표인 우리에게 동아시아대회쯤은 우습다’는 뉘앙스의 선언을 한 오카다 감독의 이 말은 오히려 부메랑이 돼 아프게 돌아왔다. 대회 직전 치른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 무승부(0-0)에 이어 중국과의 대회 개막전에서 다시 0-0을 기록하자 “골도 못 넣는 팀이 월드컵 4강이 웬말이냐”는 집중 포화를 받은 것. 중국전이 끝난 직후 일본 응원단에게 야유를 들었고 기자회견장에서는 “말로는 계속 긍정적인데 속마음도 진짜 그러냐”는 등의 곤혹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10일 한국이 중국에 0-3으로 완패하면서 허 감독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더구나 이날 32년 가까이 이어온 중국전 무패기록이 깨졌으니 충격이 컸다. 본인도 패인의 첫째 원인으로 인정한 김두현(수원) 이근호(이와타) 곽태휘(교토 상가)의 선발 기용은 감독이 처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김두현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활용도가 높은 선수이고, 이근호는 박주영(모나코)과 투톱으로 호흡을 맞출 유력 후보이며 곽태휘(185cm)는 월드컵 본선에서 장신 공격수들에 대비해 꼭 필요한 자원. 문제는 이근호와 곽태휘는 올 초 해외 전지훈련에 참여하지 않아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볼 기회가 없었고, 김두현도 전지훈련 내내 선발 출전은 없었다. 허 감독으로선 비교적 약체로 평가한 중국전에서 이들을 점검해볼 요량이었다.

11일 허 감독은 “이번 대회는 해외에 나가 있는 주축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최적의 조합을 찾을 마지막 기회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중국전 패배에 흔들리지 않고 일본전도 소신껏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오카다 감독은 1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풀리그 홍콩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이겨 중국과 공동선두(승점 4점, 골득실 +3)가 돼 숨통을 트게 됐다.

이번 대회 최대 승자는 중국의 가오훙보 감독(44)이다. 지난해 역대 중국대표팀 최연소 감독으로 부임해 독일과 1-1로 비기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중국 내에선 일류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입지를 굳히게 됐다. 그런 탓에 한국전을 이긴 그의 첫 소감은 “그동안 내가 대표팀을 조련해온 방식이 옮았음을 증명했다”였다.

한국으로선 빨리 침체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 14일 일본전에서 만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표팀은 11일 숙소에서 자율적으로 피로해소 훈련과 휴식을 취했다. 허 감독은 “다그치면 선수들이 더 위축되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 선수는 쇼핑도 하고 산책도 나가 기분을 풀더라”라고 전했다.

도쿄=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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