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윤성환 “내년 무기는 슬라이더…2년 연속 다승왕 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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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7시 00분


삼성 윤성환. 스포츠동아 DB
삼성 윤성환. 스포츠동아 DB
고등학교 졸업 후 무작정 프로도전…그러나 아무도 날 원치 않았다
패배감에 젖은 나에게 손 내밀어 준 동의대서 입에 단내나도록 훈련
혹독한 시련 딛고 입단한 삼성…2년 연속 두자리 승수 ‘에이스’ 우뚝
후배들아, 프로 입단이 목표가 아니라 성공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삼성 윤성환(28)은 올해 14승을 올리며 프로야구 최다승 투수가 됐다. 삼성 출신으로는 김시진, 김일융, 배영수에 이어 역대 4번째 다승왕이다. 윤성환은 볼끝이 좋고 커브를 잘 던지는 투수다. 내년에는 새롭게 연마한 슬라이더를 앞세워 2년 연속 다승왕에 도전한다. 그는 삼성 역사상 최고의 선발투수를 꿈꾸고 있다.

○도전! 7년 연속 두자리수 승리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이 삼성 시절 세운 6년 연속 두자리수 승리가 삼성의 최고 기록이다. 2008년 10승, 올해 14승으로 2년 연속 두자리수 승리를 거둔 윤성환의 구위로 볼 때 7년 연속 10승은 도전해 볼 만한 기록이다. 김시진, 임창용, 배영수를 제외하면 삼성에서 리그를 대표할만한 국내 선발투수는 없었다. 배영수가 팔꿈치 수술이후로 제 기량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윤성환의 등장은 삼성 선발진의 새로운 희망과도 같다. 윤성환이 7년 연속 10승과 또 하나의 큰 목표인 100승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성환은 자신이 아직 선발수업을 받는 중이라고 얘기 한다. 2008년 선발 첫해에는 강약조절이 안돼 5이닝 던지기에 급급했다. 올해는 시즌 도중 10경기에 나가 1승도 못하는 시련을 겪었지만 결국 14승을 하고 다승왕까지 되는 경험을 했다. “불펜에 있을 때는 선발투수가 참 쉽고 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구요. 내년시즌에는 어떤 것을 배울지 기대가 됩니다.”

○몸쪽 승부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슬라이더

올해 다승왕을 차지한 첫번째 이유로 윤성환은 몸쪽 승부를 꼽는다. 커브와 빠른 공의 단조로운 패턴에서 그를 살린 것은 포수 현재윤의 과감한 몸쪽 리드였다. “재윤이 형이 몸쪽을 던지면 절대 맞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심어줬어요. 이제는 위기일 때 오히려 제가 몸쪽사인을 기다립니다.”

빠른 공과 커브를 위주로 타자를 상대했던 윤성환은 8월초 큰 행운을 얻었다. “사직구장에서 (정)현욱이 형이 브랜든 나이트와 한참 이야기를 하길래 슬쩍 가봤어요.”그 때 정현욱은 나이트에게 슬라이더 던지는 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던 참이었다. “그립이나 던지는 법이 제가 알던 것과는 달랐어요.” 호기심에 던져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투수들끼리는 자존심 때문에 웬만해서는 구종에 대한 조언을 하지 않고 잘 가르쳐 주지도 않는 게 현실이다. 나이트에게 전수받은 윤성환의 슬라이더가 내년 시즌 어떤 위력을 나타낼지 궁금해진다.

○엄청난 훈련량으로 기억되는 대학시절

야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부산상고 3학년때다. 2차지명에서 어느 팀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난생처음 맛보는 패배감에 야구를 그만 둘까도 생각했는데 동의대 김민호 감독이 손을 잡아주었다. “프로에 일찍 가는 것만이 좋은 게 아니다. 대학 4년 열심히 하면 더 좋은 조건에 프로에 갈수 있다.”

동의대 4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교 때 178cm에 70kg이었던 몸무게가 2학년 때 85kg으로 늘어났다. 최고 135km를 던졌던 윤성환이 2학년 때부터 시속 145km를 던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훈련량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아침 6시에 시작되는 새벽훈련부터 밤 10시에 끝나는 야간훈련까지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훈련했다.

“그때는 기본단위가 1000이었어요. 팔굽혀펴기 매일 1000개. 복근운동 1000개. 쪼그려 뛰기 1000개. 뭘 하면 1000이 기본이었죠." 턱걸이를 대학 1학년 때 2개밖에 못했는데 4년 동안 철봉에 매달리다보니 졸업할 때는 30개를 쉽게 했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대학 4년 동안의 엄청난 훈련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손시헌(두산), 정보명(롯데)이 1년 선배들인데 만나면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SK가 엄청난 훈련을 한다고 하는데 과연 동의대 시절만큼 할까?”

○무작정 프로에 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윤성환은 자신이 부산상고 시절 지명을 받고 프로에 갔으면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에서 1∼2년 머물다가 그만두었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는 게 그의 냉정한 판단이다. “프로는 마지막 도전의 무대다.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무조건 프로 유니폼을 입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윤성환은 2004년 삼성에 2차 1번으로 지명됐다. 2005년 2차 1번으로 입단한 오승환과 같은 해 SK에 2차1번으로 지명된 정근우도 대학을 거쳐 입단해 성공한 케이스다.

프로에 입단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프로에서 성공하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게 윤성환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무작정 프로에 가고보자고 생각하는 고교후배들에게 윤성환의 충고는 새겨들을 만 하다.

○등번호 1번. 아무도 손대지 마!

입단 첫해 윤성환의 등번호는 54번. 신인이 마음에 맞는 등번호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달고 싶었던 등번호 1번은 강동우가 갖고 있었다. 군복무를 하던 2006년에 강동우가 두산으로 트레이드 됐다. 등번호 1번을 갖고 싶었던 윤성환은 경쟁자들에게 전화를 했다. “ 꼭 1번을 달고 싶다. 내가 저녁 한번 살게.”

당시 등번호 1번을 노렸던 배영수, 안지만, 임동규가 결국 윤성환에게 양보를 했다. “군복무를 하면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죠. 등번호 1번은 저와의 약속입니다.” 삼성의 등번호 1번은 약속대로 최고가 되어가고 있다.

○15승,180이닝 이상,2점대 방어율

윤성환은 올해 166.2이닝을 던졌다. 전체 7위. 지난해 보다 30이닝을 많이 던졌지만 이닝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 6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5회 이전에 물러난 게 7차례나 된다. “평균 6이닝도 던지지 못하면서 팀을 대표하는 투수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내년 목표는 180이닝 이상투구. 평균 6이닝이상을 던져 최다이닝까지 도전하겠다는 게 윤성환의 각오다. 2점대 방어율도 내년 시즌 중요한 목표다. 선발 첫해 3.92, 올해는 4.32를 기록했다. 2년간의 경험이 내년에는 좀더 방어율을 낮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생애 최초의 15승과 최다이닝, 그리고 2점대 방어율을 노리는 윤성환의 2010년이 기대된다.

○앞으로 10년! 가장 큰 꿈은 MVP

우리 나이로 내년에 30살이 되는 윤성환은 앞으로 10년 선수생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체력적으로 자신이 있고 부상이 없는 탄탄한 몸이 가장 큰 무기다. 다승왕도 했고 앞으로 방어율과 탈삼진 타이틀도 한번씩은 차지해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 가장 큰 목표는 MVP다. “야구선수에게 가장 큰 꿈은 역시 MVP가 아닐까요? 처음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막연하게 가졌던 꿈입니다.”

윤성환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다는 진리를 몸으로 깨우쳐 알고 있는 선수다. 빠른 공과 커브, 인상적인 몸쪽 승부를 구사하는 색깔이 뚜렷한 선발투수다. 윤성환을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가 삼성의 에이스이기 때문도 아니고 다승왕이기 때문도 아니다. 왠지 아직 그의 참모습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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