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아이들’로 떠나, 영웅으로 돌아오다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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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하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홍명보 감독(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선수들이 12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입국장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 한 달 전 출국 때와는 많이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인천=연합뉴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홍명보 감독(오른쪽에서 네 번째)과 선수들이 12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입국장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 한 달 전 출국 때와는 많이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인천=연합뉴스
“그들 얼굴 좀 보자” 공항에 환영인파 북새통
김민우 “유럽선수들과 부딪치며 자신감 얻어”

지난달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힘차게 ‘파이팅’을 외쳤지만 주변은 썰렁했다. 몇몇 팬이 홍명보 감독을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한 게 전부였다. 취재진도 거의 없었다.

선수들은 멋쩍은 표정으로 서로 얼굴만 바라봤다. 대표팀을 격려하러 온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주변 사람 모두 ‘망신만 당하지 말고 돌아오라’는 표정이었다”며 “합류하지 못한 기성용(FC 서울)에게 관심이 더 많았을 정도”라고 전했다. 서정원 코치는 씁쓸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그래도 대표팀인데….”

그로부터 딱 한 달이 지났다. 같은 장소에 같은 복장. 그러나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온 그들은 ‘영웅’이 돼 있었다.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8강 기적을 쓴 청소년 대표팀 얘기다.

이날 입국장에 들어선 코치스태프와 대표팀을 처음 맞이한 건 경찰특공대. 삼엄한 경호 속에 홍 감독을 선두로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협회 임원진은 뜨거운 포옹으로 이들을 맞았다. 가족들과 팬들의 환호에 처음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선수들도 이내 수줍은 미소로 화답했다. 취재진의 열기도 뜨거웠다. 홍 감독과 김민우(연세대),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등 8강 주역들은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홍 감독은 월드 스타 출신답게 차분하고 능숙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큰 대회에서 좋은 결실을 본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이어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건 내가 짊어져야 할 부분”이라며 “이런 큰 대회를 통해 유망주들이 값진 경험을 얻은 것 자체가 큰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청소년대표팀은 올림픽대표팀에서 다시 손발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기록하며 스타 탄생을 알린 ‘작은 거인’ 김민우는 인터뷰 초반엔 다소 굳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신세대답게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유럽 선수들과 부닥치며 내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며 “경기 운영 능력이나 섬세한 기술 등은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점만 보완한다면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했다.

프로팀에 몸담고 있는 ‘캡틴’ 구자철은 경기 운영 능력만큼이나 인터뷰 때도 여유가 넘쳤다. “좋은 성적을 거둬 취재진을 많이 불러 오겠다는 출국 전 약속을 지켜 뿌듯하다”고 말문을 연 그는 “어릴 때부터 꿈꾸던 대회에서 결실을 본 만큼 이젠 더 큰 목표를 세워 전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인천=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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