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기 했어. 축하해.”(박세리)
“감사합니다.”(김인경)
비록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영광을 차지한 후배를 격려하는 선배의 모습은 따뜻하기만 했다. 8일 미국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의 팬더크리크CC(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스테이트팜클래식. 박세리(32)는 ‘제2의 박세리가 되겠다’며 골프를 시작한 이른바 ‘세리 키드’ 김인경(21·하나금융)과 우승 경쟁을 펼쳤다.
결국 우승 트로피는 매서운 뒷심을 보인 김인경에게 돌아갔다. 김인경은 이날 7타를 줄이며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해 박세리를 1타 차로 제치고 지난해 롱스드럭스챌린지 이후 8개월 만에 2승째를 거뒀다. 이들은 경기 후 스코어 접수 텐트에서 우연히 만났고, 박세리는 김인경의 등을 두드려주며 기쁨을 나눴다.
통산 24승을 거두며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박세리는 2007년 우승 이후 2년 만에 다시 정상 문턱까지 내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김인경은 자신의 우상 박세리에 대해 “워낙 훌륭하고 나이 차가 많아 이름을 부를 수 없을 만큼 어려운 분이다. 보면 그냥 인사만 드릴 뿐”이라고 말했다. 김인경은 16번홀(파5)에서 2m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뒤 17번홀(파3)에서 다시 1타를 줄이며 박세리를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올 시즌 미국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합작한 3승은 모두 1988년생 동갑내기인 김인경 신지애 오지영의 손끝에서 나왔다. 거센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 박세리와 이번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엄마 골퍼’ 한희원(31·휠라코리아) 등 언니들도 힘을 내면서 코리안 군단의 상승세에는 더욱 가속이 붙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