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고 유경국 140㎞ 총알투 빛났다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7K 2실점 대구에 완투승… 개성-인천-충암도 16강 진출

온 국민의 시선이 한국과 일본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 쏠린 24일. 입김이 나오는 쌀쌀한 날씨에도 고교 선수들은 언 손을 녹여가며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다. WBC 준우승에 머문 선배들의 아쉬움을 4년 뒤 본인들이 풀겠다고 다짐하는 것 같았다.

대회 6일째를 맞은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 스포츠동아,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가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32강전을 시작했다.

광주 동성고는 에이스 유경국의 완투를 앞세워 대구고를 4-2로 눌렀다. 선발 유경국은 177cm, 75kg의 크지 않은 체격에도 시속 140km 초반의 직구와 빼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9이닝 동안 삼진 7개에 5안타 2실점(1자책점)하며 완투승을 챙겼다. 공주고와의 1회전에서 6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한 데 이어 2승째.

동성고는 1회 1사 1루에서 연속 볼넷을 골라내 만루 찬스를 잡았다. 채수웅이 바뀐 투수 이재학을 상대로 싹쓸이 3루타를 터뜨려 3-0으로 일찌감치 달아났다. 동성고는 5회 1점을 내줬지만 6회 1사 3루에서 주장 문동욱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아 승기를 굳혔다.

부산 개성고는 대구 상원고를 2-0으로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개성고는 188cm의 두 장신 투수 길태곤과 김민식을 앞세워 상원고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타선의 집중력도 빛났다. 개성고는 5회 2사 후 임재현이 가운데 안타에 이어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정민우가 볼넷을 골라 1, 2루를 만들었다. 계속된 찬스에서 4번 타자 신승철의 가운데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주성의 가운데 안타로 2-0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인천고는 배명고를 1-0으로 꺾었다. 인천고는 5회 한정우의 안타와 이승영의 볼넷 후 김영록의 희생 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 양원혁이 희생 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았다. 마운드에서는 문경찬과 박민호가 배명고 타선을 5안타 1볼넷으로 봉쇄했다. 배명고 투수 김웅은 9이닝 동안 안타 3개 볼넷 2개만 허용하며 호투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우승 후보 충암고도 야탑고를 3-0으로 꺾으며 순항했다. 2회말 상대 팀 실책과 볼넷으로 만든 2사 1, 2루 찬스에서 안승한이 2루타로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7회에는 문성현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김기남이 3루타로 1점을 추가했다. 마운드에서는 이정훈과 문성현이 이어 던지며 야탑고 타선을 4안타 2볼넷 탈삼진 18개로 꽁꽁 묶었다. 양팀 모두 안타 수는 같았지만 집중력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오늘의 스타/동성고 채수웅

싹쓸이 3루타 수훈… “장거리 타자 될래요”

쌀쌀한 날씨에 바람마저 매서웠다. 경기를 마치고 두꺼운 점퍼를 챙겨 입은 광주 동성고 3학년 채수웅(18·사진)의 양 볼은 빨갛게 얼어 있었다.

그래도 표정은 밝았다. 24일 대구고를 4-2로 꺾고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팀의 4득점 가운데 3점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6번 타자 겸 우익수로 나온 채수웅은 1회 1사 만루에서 3-0으로 달아나는 싹쓸이 3루타를 쳤다.

“짧게 끊어 치려 했는데 방망이에 제대로 맞아 3루타로 연결된 것 같아요. 정말 짜릿했습니다.”

채수웅은 4회 투수 땅볼, 6회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 한 방으로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그는 “최근에 허리가 좋지 않아서 타격감이 나빴어요. 이번 대회에서 타점을 많이 올려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키 177cm, 몸무게 71kg의 채수웅은 힘을 보완해 중장거리 타자가 되는 게 소원이다. 졸업 후에는 광주를 떠나 서울에서 프로 생활을 하고 싶다고.

그의 우상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매니 라미레스(LA 다저스).

“라미레스는 야구 하는 스타일과 외모 모두 멋져요. 그처럼 야구팬을 몰고 다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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