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을 기다렸다” 마쓰자카 한일전서 시드니올림픽 설욕 다짐

  •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원조 괴물’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사진)는 한국에 대해 아픈 기억이 있다.

20세의 나이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나갔던 그는 예선에서 이승엽(요미우리)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일본은 6-7로 졌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시 한국과 만난 마쓰자카는 0-0으로 맞선 8회, 이전 타석까지 3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이승엽에게 2타점 결승 2루타를 허용했다. 일본은 2-3으로 패해 노 메달에 그쳤다.

경기를 마친 뒤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다음에 한국에 반드시 리벤지(revenge)를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일본에서 리벤지라는 단어는 복수라기보다는 무언가에 좌절했을 때 재도전한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상대에 대한 증오보다는 자신에 대한 다짐의 성격이 강하다.

6일 아침 일본 후지TV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그중에 ‘마쓰자카, 리벤지의 혼’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7일 한국전 선발 투수로 예정된 마쓰자카는 “한국에 요즘 계속 지고 있다. 이번만큼은 일본 야구를 위해 꼭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제1회 WBC에 출전했지만 3차례 한국전에는 등판하지 못했다. 지난해 올림픽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9년 만에 찾아온 리벤지 기회다.

야구 한일전에서 프로 선수들이 맞대결한 것은 1999년부터였다. 국가 대항전에서 한국은 8승 3패로 앞서 있다. 아시아권을 벗어난 올림픽 본선과 WBC에서는 6승 1패로 더 일방적이다.

일본의 TV는 약속이나 한듯 지난해 올림픽에서 일본이 한국에 무릎을 꿇던 상황을 반복해서 방송했다. 마치 시청자들도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에 당했던 굴욕을 함께 느끼며 전의를 다지라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은 라이벌 한국을 꺾기 위해 중국과의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다루빗슈 유(니혼햄)까지 포함해 마운드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 선봉장은 바로 마쓰자카다.

2009년에도 마쓰자카의 눈물을 또 볼 수 있을까. 결전의 날이 밝았다.

도쿄=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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