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태극전사 동행기] 선수단-붉은악마 모두가 주인공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8시 15분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통과하는 태극전사들의 표정은 밝았다. 평소 안면 있는 취재진과는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가 “고생했다”며 10일 간 전지훈련의 성과가 사우디전 승리로 나타난 것을 기뻐했다. 경기 끝나기가 무섭게 선수단 버스에 올라타기 바쁘던 예전과는 한결 여유가 있어 보였다.

기자단을 태운 버스가 사우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30분(현지시간). 공항에 도착해 서둘러 출국 수속을 밟았지만 붉은 악마와 취재진 등 200여명이 넘는 한국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공항 업무는 마비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긴 기다림 끝에 모든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탑승구 앞에 선 시간이 밤 12시 30분. 선수들은 일찌감치 수속을 밟은 덕분인지 모두 비행기에 탈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탑승 시간이 다가오면서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붉은 악마의 수가 점차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정성훈(29·부산)이었다. UAE와 사우디전에 연속 선발로 출전하며 유명인사가 된 그는 자신에게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리자 “이거 골도 못 넣고 이렇게 사인만 하면 욕먹는 거 아닙니까”라고 당황해 하면서도 일일이 팬들에게 “감사합니다”란 말을 빼놓지 않았다.

정해성 수석코치 역시 대화를 몇 마디 나누기가 무섭게 팬들이 몰려들어 사인을 요청하는 것을 보니 사우디전 승리가 대표팀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순간, 저 멀리 한적한 장소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기성용(19)과 이청용(20·이상 서울)의 모습이 보였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나이가 더 많지. 몇 개월 차이냐?”(이청용), “음…. 6개월 차이네. 근데 우리나라는 나이가 아니라 학벌이 우선이거든.”(기성용). 서로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니 좀 전 그라운드에서 뛰던 야생마 같은 모습은 전혀 연상되지 않았다. 비행기 타기 전까지 두 신세대 스타와 ‘여유 있게 이야기를 좀 나눠 볼까’하는 기자의 순진한 기대는 의자에 앉은 지 5분 만에 깨졌다. 두 선수를 발견한 붉은 악마 몇몇이 모이자 순식간에 사방에서 10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섰다. 박지성 부럽잖은 대단한 인기.

사우디에서부터 8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표팀을 환영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열띤 분위기였다. 대표팀이 다시 예전처럼 온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그런 날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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