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가을잔치…한 타석도 못서보고…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8시 28분


8년차 이승화의 부상을 바라보며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동료들이 한창 훈련을 하고 있을 때. 롯데 외야수 이승화는 그라운드가 아닌 트레이너실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그는 전날 3회 수비 때 삼성 1번 박한이의 플라이타구를 처리하다 펜스에 부딪힌 뒤 왼쪽 발목을 접질렸습니다. 타구는 타구대로 놓치고 몸은 몸대로 상했습니다. 투아웃 상황이라 ‘곧 이닝이 끝나겠지’라며 통증을 참던 그는 견디다 못해 결국 4번 진갑용 타석에 앞서 교체됐습니다.

2001년 프로에 입단한 이승화는 유독 부상과 악연이 많습니다. 올해 올스타전때는 생애 처음으로 베스트 10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도 1회 타석에 ‘형식상’ 얼굴만 내밀고 말았습니다. 올스타전에 앞서 왼쪽 손목 인대부상을 당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롯데가 8년 만에 가을잔치에 진출한 올해. 누구보다 설레며 포스트시즌을 기다려왔습니다. 입단 후 한번도 서 보지 못한 포스트시즌이라 그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토록 그리던 무대지만 이번 부상으로 어쩌면 이번 가을잔치에 더 이상 나서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침대에 누워 있던 그에게 눈치없이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던 가을잔치인데…. 한 타석도 제대로 서지 못하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더군요. 괜한 질문을 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롯데 선수들에게 ‘가을잔치에 대한 갈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2000년 이후 한번도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했으니 그 애절함은 당사자 아니면 모를 듯 합니다.

그런 ‘꿈의 무대’에서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했으니…. 트레이너실에 누워있는 그를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본인이 느끼는 아픔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이승화는 올 시즌이 끝나면 왼쪽 무릎 수술까지 받아야 된다고 합니다. 링거바늘을 꼽자 유난히 찌푸리던 그의 얼굴이 곧 다시 활짝 펴질 수 있기를….

사직=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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