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수호신 광현, 日천적 계보 이었다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02분


한국 야구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또 한 명의 확실한 ‘일본 킬러’를 탄생시키며 숙적 일본을 예선에 이어 준결승에서도 침몰시켰다.

예선에서 일본 타자들을 맥 못 추게 만들었던 김광현(20·SK)은 22일 준결승에서도 막강 일본 타선을 8이닝 동안 6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막아 원조 일본 킬러 구대성(한화)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등극했다. 김광현은 16일 예선에선 5와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을 7개나 잡으며 3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김광현은 안산공고 2학년이던 2005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때 일본과의 예선에서 5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며 일본 킬러의 출현을 예고했다.

예선에서 일본을 두 번이나 꺾고도 준결승에서 져 우승 꿈을 접었던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우는 일본 킬러 김광현 앞에서는 말 그대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동안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고비 때마다 빛을 발한 일본 킬러들의 눈부신 활약이 드라마 같은 승리를 한국에 안겼다.



구대성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일본과의 3, 4위전에서 9이닝을 혼자 책임지며 5안타 1실점으로 막아 한국에 동메달을 안겼다. 당시 구대성은 삼진을 11개나 잡았다.

구대성은 시드니 올림픽 예선을 겸해 1999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 때도 결승에서 만난 일본 타자들을 6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구원승을 따냈다. 당시 일본 타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김동주(두산)는 일본 투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저격수다. 그는 고려대 4학년이던 1997년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 결승전에서 일본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8-7 승리를 이끌어 한국에 우승을 안겼다. 김동주는 예선과 결승에서 우에하라로부터 홈런 4개를 빼앗는 괴력을 발휘했다.

김동주는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 결승전에서 3타수 3안타, 1999년 아시아선수권 결승전 역전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 4위전 쐐기 타점,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예선 때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했다.

그러나 킬러들이 부진하면 한국은 고전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던 2003년 삿포로 아시아야구선수권에서 김동주는 11타수 1안타 타율 0.091로 부진했다. 한국은 일본에 0-2로 완봉패하며 아테네에 가지 못했다.

2006년 WBC 때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뒷문을 완벽하게 지켜준 구대성이 담에 걸려 나오지 못한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0-6으로 완패했다.

16일 일본과의 예선에서 2-2로 맞선 9회 2사 1, 2루에서 대타 결승타를 날린 데 이어 준결승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한 김현수(두산)도 김동주의 뒤를 잇는 일본 킬러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한국은 프로 선수가 참가한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 이후 일본을 상대로 12승 7패를 기록 중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