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의 철학

  • 입력 2008년 6월 2일 0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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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적으로 볼 때 스포츠의 핵은 경쟁이다. 하지만 경쟁은 합리적인 구조가 아니다. 이긴 측에는 긍정적 보상이 과도하게 몰리고, 패배한 측이 받는 부정적 효과도 과장되어 있다. 비슷한 능력을 지닌 A와 B의 경쟁에서, 자기가 해낼 수 있는 바의 완수가 ‘성공’인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A가, 승리만이 절대목표인 B에게 패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양의 크기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이어 투입노력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불합리한 승리지향의 관점에서는 상호 공존의 자리는 없다는 것이다. 최종 승리자는 하나뿐이며, 패배자의 존재는 깡그리 무시된다. 이런 사고는 정신적 황폐화를 일으키며 우리 사회의 지침으로 수용될 수 없다.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들은 이런 경쟁에 무수히 직면한다. 이들의 지도에 충분한 이해와 논의가 있어야 한다. 다음은 논의에서 고려되었으면 하는 생각들이다.

첫째, 경쟁에 임하는 선수의 자세가 과정을 중시하는 합리적 사고 위에 기초하도록 해야 한다. 합리적 사고가 승리 지향에 대해 우월한 지위를 갖는 핵심은 ‘상호 공존의 인정’이다. 국제적 경쟁도 마찬가지이다. 이것 없이는 글로벌 시대에 인류가 같이 이해하는 행동 방향은 불가능하다.

둘째, 경쟁에서 합리적 사고가 흔히 지니기 쉬운 치명적인 결함에 대해 경쟁 참여자가 깊이 이해해야 한다. 합리적인 선수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양의 크기는 승리 지향적 선수보다 상대적으로 작게 마련이다. 이는 노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패배를 낳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항상 유념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스포츠에 국한해 이기고자하는 투지를 인정하고 이를 청소년 경쟁 교육의 장으로 이용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참여동기는 사실상 큰 부분이 승리에 대한 열망에 기초한다. 어느 서양 장군이 전쟁 승리와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의 경험을 연결시킨 것처럼 스포츠를 강인한 투지 배양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넷째, 위 경우에도 규칙준수와 정정당당한 경기수행은 절대 강조되어야 한다. 이는 스포츠의 본질적 기초이며, 이것 없이 스포츠의 다른 의미들이 성립될 수 없다는 사실이 교육되어야 한다.

이 같은 제안에는, 우리 사회가 현실 경쟁들의 복잡함을 인식하고, 관련 주제들을 공개적으로, 힘을 모아 논의해야 된다는 의미도 있다. 그 결과로 경쟁에 대해 국민 이해가 깊어진다면 어떨까. 아주 고고한 철학을 가진 듯 행세하다가 실제 경쟁에서는 ‘막가는’ 행동으로 돌진하는 우리 사회의 혼돈 및 황폐함이 이제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용 승 KISS 선임연구원

서울대 졸업 후 국비유학으로 U.C.버클리에서 석, 박사학위 취득.

UNESCO 및 WADA 한국대표, WADA 교육 상임위원을 역임.

불안, 동기, 경쟁관교육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스포츠심리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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