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확정…현지 표정

  • 입력 2007년 4월 17일 22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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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천 우세→16일 인천과 뉴델리 경합→17일 인천 확정'.

17일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전은 인천이 최종 개최지로 결정되기까지 역전을 거듭한 드라마였다.

인천 유치위는 14일 쿠웨이트시티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2014 아시아경기 유치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15일부터 인천과 뉴델리의 유치 홍보전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뉴델리 유치위는 인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를 앞세워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위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NOC 위원들을 만나 "뉴델리가 2014년 아시아경기를 유치하면 선수단의 체제비를 부담하겠다"며 선심성 제안도 했다.

하지만 인천 유치위는 스포츠 약소국 지원프로그램과 비행료, 숙박비 지원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인천 유치의 주역인 신용석 유치위원장은 "유치 막판에 뉴델리 측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OCA 회원국의 표심을 모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2년 가까이 해외를 돌며 만났던 OCA 관계자들이 인천을 믿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의 2014년 아시아경기 유치는 유치위가 2년 가까이 밤잠을 설치며 미래의 스포츠 축제를 구상하고 이를 OCA와 NOC 관계자에게 보여주면서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

○…인천 유치위 관계자는 뉴델리 유치위의 전방위 공세에 당혹스러워했다.

쿠웨이트는 인도 교민이 30만 명이나 돼 사실상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란디드싱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사무총장이 인도 출신이고 OCA 관계자의 상당수가 인도 사람들이어서 인천 유치위에 비해 뉴델리 유치위가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인천 유치위는 외부인사를 만날 때 '입 조심 할 것'을 지시했다. 최종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인천 경기시설 현황 등 자료 유출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을 정도.

○…한국 아시아경기 스타들 "인도는 우리의 상대가 못된다"

17일 쿠웨이트에 도착한 아시아경기 스타들도 인천 홍보전에 나섰다. OCA 총회가 열린 메리엇 호텔 2층 회의장 앞에서 인천 깃발을 휘날리며 "인천!"을 외쳤다.

'인어공주' 최윤희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 배영 100m, 200m 금메달리스트. 그는 "뉴델리의 환경은 열악하다. 그 당시 많은 선수들은 인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심권호(레슬링)도 "아시아경기는 날씨가 좋은 인천에서 해야 한다. 선수의 경기력을 고려하면 인천이 제격"이라고 말을 거들었다.

현정화(탁구)는 "뉴델리 유치위 사람들이 목놓아 '뉴델리를 향해 가자(Go for Newdeli)'를 악에 받쳐 외치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든다. 꼭 이길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교민 아줌마는 힘이 세다."

소수 정예의 쿠웨이트 교민들은 인천 홍보부스에서 살다시피 했다. 이들의 자녀들도 수업을 마치면 인천 홍보 부스에서 인천을 알렸다.

쿠웨이트 유학생인 김은지 씨는 "중년 여성 교민들이 새벽부터 한복을 차려입고 호텔에서 홍보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뭉클했다. 조국을 사랑한다는 게 바로 이런 것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비전 2014의 힘'

인천 유치위가 OCA 회원국의 지지를 받는 결정적인 요인은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보여준 스포츠 약소국 지원 프로그램인 '비전 2014'였다. 운동 환경이 열악한 국가에 스포츠 지도자를 파견하고 △체육시설 및 장비 지원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시행 △스포츠 인재 육성 아카데미 설립 등이 담겼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이를 위해 인천 시금고인 신한은행이 스폰서십을 체결해 1500만달러, 기업체 기부와 시비 등으로 500만 달러는 총 2000만 달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 2014에 대해 스포츠 약소국 NOC 관계자들은 "양궁을 배우기 위해 한국 전지훈련이 가능하느냐" "경기장 건설의 노하우를 알려달라" 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쿠웨이트시티=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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