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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2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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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옷을 입은 코스타리카 응원단은 인상적인 구호로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들은 “어린이는 희망, 축구는 열정, 월드컵은 통합”이라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자국 선수는 아니지만 브라질의 호나우지뉴 등 유명 선수들을 본떠 만든 대형 인형을 들고 다니며 다른 나라의 선전도 빌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국가에서도 관심은 뜨겁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하니프 아마드(24) 씨는 “말레이시아 사람을 3명밖에 못 봤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도 광적인 축구팬들이 있다. 함께 온 내 친척은 이번 대회까지 4회 연속 월드컵을 관람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중국은 대규모의 취재단을 파견했다. 중국 CCTV의 한 기자는 “우리 회사에서만 67명의 기자가 왔다. 중국 전역에서 800명 이상의 기자가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팬도 많았다. 신혼여행을 한국-프랑스전 관람으로 잡은 부부를 비롯해 온 유럽의 교포들이 모여 거리를 점령했다.
길에서 만난 토고 팬은 “축하한다”며 악수를 건넸다. 아르헨티나가 16강 진출에 성공한 날, 이들은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그저 붙잡고 사진을 찍자며 카메라를 눌러댔고 자신들이 갖고 있던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선뜻 벗어주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와 코리아는 친구”라고 외쳤다. 무뚝뚝하다고 소문난 독일인들이지만 길을 물으면 가던 길을 바꾸어서라도 직접 차를 몰고 안내했다
어딜 가도 한둘 있게 마련인 광적인 팬들은 폭력과 응원의 경계선에서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다. 잉글랜드-스웨덴전이 끝난 뒤 쾰른 역 주변에는 새벽까지 술 취한 응원단이 소란스럽게 떠들었다. 일부는 취한 채 아무 데나 드러누워 코를 곯았다. 흥분 상태의 취객들은 건드리면 터질 듯한 아슬아슬한 모습이었으나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은 자제했다.
이번 대회의 구호는 “친구를 만들 시간, 인종주의를 말하지 마라”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인종문제가 컸음을 반영한다.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많은 사람이 용광로 같은 흥분 상태에 있다. 평화 만들기는 모두의 몫이다.
하노버=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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