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털털이 타이슨, 이종격투기 출전

  • 입력 2004년 4월 16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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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인파산신청을 낸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38)이 이종격투기대회에 출전한다.

일본의 이종격투기대회 'k-1'은 16일 공식사이트(www.k-1.co.jp)를 통해 오는 7월31일 마이크 타이슨과 정식데뷔전을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K-1은 가라테 태권도 복싱 등 서서 싸우는 격투기 종목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종격투기대회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라하루 다니카와 K-1 이벤트 프로듀서는 "몇달 간 협의 끝에 타이슨과 대리인이 지난 11일 계약서에 서명했다"며 "향후 2차례 더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옵션도 얻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닛칸스포츠는 계약금이 30억엔(약 32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K-1은 당초 일본 내 경기를 계획했었지만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가든, 로스앤젤레스의 스테이플스센터 등을 경기장으로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슨은 지난해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야수'라는 별명을 지닌 미국 프로풋볼(NFL)선수출신 격투기 왕 밥 사프(30)의 경기를 보다 흥분을 못 참고 "당장 붙자"며 링 위에 뛰어오르려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사프는 타이슨과 맞붙을 선수로 유력시된다.

빚에 쫓기고 있는 타이슨은 복싱에서 더 이상 큰 돈을 벌기 어렵게 되자 이종격투기로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86년 역대 최연소인 20세의 나이로 WBC헤비급타이틀을 획득한 이래 타이틀을 잃었다 찾았다를 반복했고 2002년 레녹스 루이스(영국)와의 WBC IBF 통합 타이틀매치에서 8회 KO패할 때까지 약 3억달러(약 36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호화파티와 사치품 구입 등 낭비벽으로 약 2700만달러(약 314억원)의 빚을 지고 지난해 8월 법원에 개인파산신청을 냈다. 타이슨은 이종격투기 계약을 추진하던 지난해 "일본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며 속내를 드러냈었다.

한편 타이슨은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루이스가 올해 초 은퇴하자 복싱에서 목표를 잃었고 "나는 늙고 지쳤다"며 복싱 복귀에 뜻이 없음을 비추기도 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핵주먹'이 '핵이빨'로…그때 그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핵주먹'으로 이름을 날리던 마이크 타이슨이 갑자기 '핵이빨'로 전락한 것은 1997년 6월29일(한국시간)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호텔에서 벌어진 에반더 홀리필드와의 재대결때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으면서 부터다.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는 순간

이 '세기의 해프닝'이 벌어진 날로부터 약 7개월전인 1996년 11월, 타이슨과 홀리필드는 WBA헤비급 타이틀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홀리필드의 11회 TKO승. 타이슨은 홀리필드의 치고 빠지는 작전에 헛주먹만 남발하다 결국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상황이 이러니 타이슨이 홀리필드와의 재대결이 성사됐을때부터 이날 경기를 얼마나 절치부심하며 기다려 왔겠는가? 그러나 막상 경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상황은 도전자 타이슨에게 불리하게 흘렀다. 챔피언 홀리필드는 빠른발을 이용한 잽과 원투성 단발로 경기를 리드했고 2라운드가 끝날때 타이슨의 안면은 벌써 피로 물들어 있었다.

과연 2라운드가 끝나고 링코너로 돌아오면서 타이슨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타이슨은 이빨을 보호하는 마우스피스를 착용하지 않고 3라운드에 임했다. 그리고 3라운드 44초를 남기고 강력하게 클린치를 시도하는 홀리필드의 귀를 물었다.

홀리필드는 고통스러워 펄쩍펄쩍 뛰었으며 주심은 타이슨에 2점을 감점하는 파울을 준뒤 '다시 한번 반칙을 할 경우 실격패시키겠다'고 경고하고 4분뒤 다시 경기를 속개했다. 타이슨은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다시 달라붙는 홀리필드의 왼쪽 귀를 물어 실격패했다.

'세기의 대결'을 '세기의 해프닝'으로 만든 장본인 타이슨은 이후 사치로운 사생활과 문란한 여자관계등을 청산하지 못하고 끊임없는 구설수에 시달려 왔다. 돈이 필요할때마다 링에 올랐지만 별반 재미를 보지 못했던 타이슨은 이제 다시한번 격투사로 변신, 오는 7월 일본의 K1무대에서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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