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메이저리그 동양인 바람분다

  • 입력 2003년 3월 26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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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에 동양인 선수의 ‘동풍(東風)’이 뜨겁다.

체격적으로 열세인 동양인이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넘은 것은 6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일본의 무라카미 마사노리가 최초. 그러나 무라카미는 2년간 5승1패에 평균자책 3.43을 기록한 뒤 난카이 호크스(현 다이에)로 돌아갔다. 한국은 박철순이 80년대초 밀워키 브루어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뛴 게 고작이었다.

동양인 선수가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것은 불과 몇 년전인 90년대 중반. 노모 히데오(LA다저스)와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의의 경쟁을 펼쳤을 때부터다. 타자의 경우 성공사례가 나온 것은 이보다 더 늦은 2년 전.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2001년 입단과 함께 타격 3관왕에 오르며 신인왕과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했다.

이처럼 동양인 선수의 역사는 짧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극소수에 그친 게 사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시범경기를 통해 한국은 투수 5인방이 마운드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은 이치로와 마쓰이(뉴욕 양키스)로 이어지는 타자 4인방이 돋보인다. 여기에 대만의 첸친펑(LA다저스)까지 가세한 올 메이저리그는 한중일 3국의 불꽃튀는 경연장이 될 전망. 시범경기를 통해 드러난 ‘동풍’을 점검해 본다.》

■투수


경력만 놓고 보면 박찬호-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쌍두마차가 이끄는 한국보다 다저스 선발 노모-이시이 가즈히사와 시애틀 매리너스 불펜 사사키 가즈히로-하세가와 시케토시의 지명도가 높은 게 사실. 그러나 시범경기 활약은 한국이 단연 앞선다. 한국은 김병현이 올 시즌 마무리에서 선발 변신에 성공하며 미국 팬의 관심을 모았고 한 등급 아래로 평가된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봉중근(애틀랜타 브레이브스)-서재응(뉴욕 메츠)이 빅리거로 성장한 것도 큰 수확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26일 현재 한국인 투수 5인방이 7승1패 1세이브에 평균자책 3.31이라는 초특급 투수에 견줄 만한 합산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 평균자책 8.16인 박찬호를 빼면 나머지 4명의 평균자책은 2.14에 이른다.

반면 일본은 노모가 개막전 선발의 영광을 안았고 지난해 돌풍의 주인공 이시이가 평균자책 1점대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일본인 투수 5명의 합산 성적은 3승4패에 평균자책 4.70으로 한국 투수와 비교가 안된다. 김선우와의 팀내 선발 경쟁에서 한발짝 앞서 있는 오카 도모카즈(몬트리올)가 평균자책 8.68로 부진한 것도 눈길을 끈다.

동양인 투수 시범경기 성적 (26일)
투수성적
한국김병현애리조나6경기 2승1패 2.86 22이닝 7자책
박찬호텍사스4경기 2승 8.16 14⅓이닝 13자책
김선우몬트리올5경기 2승 1.80 15이닝 3자책
봉중근애틀랜타7경기 - 1.64 11이닝 2자책
서재응뉴욕 메츠4경기 1승1세 1.64 11이닝 2자책
일본노모LA다저스5경기 2패 2.89 18⅔이닝 6자책
이시이LA다저스4경기 1승 1.64 11이닝 2자책
사사키시애틀3경기 1승 0.00 3이닝 무자책
하세가와시애틀6경기 - 5.40 10이닝 6자책
오카몬트리올5경기 1승2패 8.68 18⅔이닝 18자책

■타자


시범경기를 통해 최희섭(시카고 컵스)이 한국인 최초의 풀타임 빅리그 타자를 예약했고 추신수(시애틀)가 ‘제2의 이치로’란 평가를 받았지만 일본인 타자에 비해선 숫적으로나 질적으로 열세다.

선봉장은 역시 이치로. 최희섭과 맞대결한 19일 컵스전에서 만루홈런을 쳤던 그는 타율 0.375에 2홈런 10타점의 불방망이를 연일 뽐내고 있다.

올해 데뷔하는 일본 최고의 강타자 출신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도 명성대로다. 최강 양키스 타선의 중심타선을 꿰찬 그의 성적은 타율 0.316에 3홈런 10타점.

일본은 이들 외에도 신조 쓰요시(샌프란시스코)와 다구치 소(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활약이 거세다. 3년간 해마다 유니폼을 바꿔입는 수모를 겪었던 신조는 홈런은 없지만 경이적인 4할대 타율(0.407)에 8타점의 속사포를 날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빅리그에 데뷔한 다구치 소(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주전을 예약했다.

한편 대만의 첸친펑은 아직은 교체 선수로 기용되고 있지만 20타수 11안타로 타율 0.550에 마쓰이와 똑같은 3홈런 10타점을 기록, 98년 방콕아시아경기에서 박찬호를 상대로 홈런을 뽑아냈던 괴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동양인 타자 시범경기 성적 (26일)
선수성적
한국최희섭시카고 컵스0.304 1홈런 14안타 7타점 9득점
추신수시애틀0.217 2홈런 5안타 3타점 5득점
일본이치로시애틀0.375 2홈런 21안타 10타점 9득점
마쓰이뉴욕 양키스0.316 3홈런 18안타 10타점 7득점
신조뉴욕 메츠0.407 0홈런 22안타 8타점 11득점
다구치세인트루이스0.321 1홈런 17안타 6타점 8득점
대만첸친펑LA다저스0.550 3홈런 11안타 10타점 6득점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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