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사데베 벼락같이 선취골…폴란드, 5분만에 내리 두골

  • 입력 2002년 6월 14일 23시 44분


폴라드 첫 골을 넣고 골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올리사데베
폴라드 첫 골을 넣고 골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올리사데베

폴란드는 약속을 지켰다.

친절한 한국인들의 환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미국을 이기겠다고 공언한 폴란드가 미국을 3-1로 꺾고 한국의 16강행 길목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줬다.

그리고 폴란드는 자존심을 지켰다. 기자회견에서 “무너진 폴란드의 자존심을 미국 경기에서 되세우겠다”고 말한 예지 엥겔 감독의 말처럼 폴란드 선수들은 폴란드 축구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듯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날 “폴스카”를 외치며 폴란드를 일방적으로 응원한 관중들 앞에서 폴란드는 미국, 포르투갈전과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펼쳤다. 폴란드는 부상중인 주전을 대거 빼고 ‘싱싱한’ 2진 선수들을 기용한 것이 오히려 보약이 됐다. 공격수들은 미국의 좌우측을 활발하게 파고들었고 수비수들은 몸을 던지는 수비로 미국 공격수의 스피드를 제압했다.

폴란드는 미국이 전열을 채 정비하기도 전에 미국의 혼을 빼버렸다. ‘선공’의 주인공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자존심이 상한 올리사데베. 올리사데베는 전반 3분 오른쪽 코너킥을 직접 헤딩 슛한 뒤 공이 수비수 몸을 맞고 튀어오르자 논스톱으로 벼락같은 슛을 날려 크로스바를 맞히고 골로 연결시켰다. 올리사데베가 골을 넣은 뒤 가장 먼저 시선을 주고 손을 흔든 곳은 폴란드 벤치가 아닌 관중석.

곧바로 반격에 나선 미국은 4분 도너번의 헤딩슛이 골문을 통과했으나 슛 직전 수비수를 미는 바람에 골로 인정되지 못했다.

폴란드는 전반 5분 미국 선수들이 첫골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다시 미국에 강펀치를 날렸다. 크시누베크가 왼쪽을 돌파한 뒤 낮게 센터링해 준 공을 골문으로 쇄도하던 크리샤워비치가 가볍게 왼발로 밀어넣은 것.

이후 조급해진 미국은 특유의 조직력이 무너졌다. 미드필더를 이용하지 않고 수비에서 최전방으로 길게 찔러주는 패스에 의존했고 공격수들은 위력적이지 못한 중거리슛을 남발했다.

후반전은 총공격에 나선 미국과 역습으로 대응하는 폴란드의 일진일퇴 공방이 펼쳐지는 양상. 양측의 힘 대결은 ‘역습’이 또 다시 이겼다. 후반 20분 폴란드는 제브와코프가 교체 투입된 지 1분 만에 문전 헤딩슛으로 미국 골네트를 갈랐다.

이후 총공세를 펼치던 미국은 37분 도너번이 매시스의 헤딩 연결을 받아 골로 연결시키며 영패를 모면, 16강 진출팀으로서의 체면을 겨우 세웠다.

폴란드 선수들은 승리를 거둔 뒤 홈팬과도 같이 응원해준 한국 관중석을 찾아가 입고 있던 유니폼을 벗어 던져주는 등 한국의 16강 진출에 환호하는 ‘친절한’ 한국인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대전〓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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