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67% “학생의 조롱-혐오표현 경험”

  • 동아일보

한국교총, 초중고 교원 설문조사
“특정지역 등 비하 거리낌없이 사용”
혐오 표현 일상화된 원인 질문엔… 37%가 “유튜브-SNS 등 악영향”
서울교육청, 배재고 재심신청 논의… 광주일고 “6개월 출전정지 선처를”

지난해 충청권의 한 초등학교에 부임한 원어민 교사는 6학년 수업 도중 이름을 묻자 한 학생이 “마이 네임 이즈 무현”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크게 웃었지만 이 교사는 자초지종을 알 수 없었다. 이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이 유튜브에서 편향된 내용을 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들을 그대로 따라 한다”며 “이런 표현을 써 처벌을 받으면 오히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교사 10명 중 7명은 올해 1학기 학교에서 특정 지역이나 정치인, 역사적 사건 등에 대한 학생들의 조롱, 비하, 혐오 표현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 퍼진 부적절한 표현들을 학생들이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어 학생 생활지도 강화와 청소년의 과도한 SNS 사용 규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교사 67% “학생들 조롱·비하 표현 접해”

7일 동아일보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원 67%는 올 1학기에 학생들이 정치적 사안을 두고 조롱, 욕설, 비하 등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답했다.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33%에 그쳤다. 또 75%는 해당 표현이 과격하고 부적절하다고 여겼다. 이번 설문은 1∼6일 전국 초중고 교원 3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의 혐오·비하 표현이 일상화된 원인으로는 유튜브, SNS 등에 만연한 부적절한 표현(37%)이 1순위로 꼽혔다. 이어 아동 학대 신고 등을 우려한 생활지도의 어려움(20%), 부모·친구 등의 언행 모방(17%) 등이 거론됐다.

서울 광진구의 한 중학교 강모 교사는 “한 학생은 유튜브에서 웃긴 영상을 보다 영상이 처음 게재된 곳이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라는 걸 알게 됐고, 결국 일베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실제 학생들도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혐오 표현을 보거나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초6∼고3 1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적절한 표현을 주로 접하는 경로는 유튜브(53.1%), 인스타그램(51.6%), 틱톡(33.6%) 등의 순이었다. 가장 많이 노출된 콘텐츠도 ‘외모·성적·가정 환경·지역·말투 조롱’(53.5%)과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죽음·비극 조롱’(51.2%)이었다.

● “청소년 SNS 규제 논의할 때”

하지만 교총 설문에서 교원 53%는 아동 학대 신고, 학부모 민원 등을 우려해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중학교 이모 교사는 “학생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하려다가도 아동 학대 민원, 정치적 중립 위반 등을 걱정하게 된다”며 “혐오 발언을 바로잡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갈수록 온라인에서 혐오 희화화에 익숙해지는데도 학교는 민원 때문에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원들은 교실에 만연한 혐오 문화를 개선하려면 민원에 대한 교원 면책권 강화(36%)가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보호자 책임 강화(25%), 지도 거부한 학생 분리 조치 등 가이드라인 확립(21%), 미디어 규제 및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9%) 등이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편향된 내용이 장난, 놀이 문화로 10대에게 스며들지 않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SNS 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7일 광주제일고(광주일고)와의 경기 도중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응원 구호를 외쳤다가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와 관련해 재심 신청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배재고의 방문 사과를 받은 광주일고 측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선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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