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가려 연차 냈는데…이제 30분이면 끝”

  • 동아일보

서울 1.4배인데 구청 없던 화성
1일부터 4개 구청 시대 열려
만세-효행-병점-동탄 구청
“민원 처리 시간 30% 단축 전망”

경기 화성시 동탄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45)는 인허가 업무를 보기 위해 남양읍에 있는 시청을 찾을 때마다 부담을 느꼈다. 왕복 이동에만 2시간 이상이 걸려 반차나 연차를 쓰지 않고는 간단한 행정 업무도 처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불편은 줄어들 전망이다. 화성시가 1일부터 4개 구청 체제를 공식 출범하면서 김 씨는 집에서 30분 거리의 동탄구청에서 대부분의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서류 발급이나 상담을 위해 도시 반대편까지 이동해야 했던 불편이 크게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보다 넓은 화성, ‘구청 시대’ 시작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이 만세구청 개청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화성시 제공)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이 만세구청 개청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화성시 제공)
그동안 화성시에는 시청 1곳만 있었고 일반구청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인구 100만 명에 육박하는 대도시로 성장했지만 행정 체계는 읍·면·동을 시청이 직접 관할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동탄·병점 등 동부권 주민들은 남양읍에 위치한 시청까지 이동해야 했고 생활 밀착 민원과 인허가 업무가 특정 청사에 집중되면서 접근성과 처리 속도 모두에서 불편이 이어졌다.

화성시 면적은 844㎢로 서울(605㎢)의 약 1.4배에 달한다.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에 비해 행정 전달 체계가 분산되지 못하면서, 단일 시청 체제의 물리적·행정적 한계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구조를 바꾸기 위해 화성시는 시 전역을 생활권 단위로 나눈 뒤 일반구청을 신설하는 행정 개편을 추진해 왔다. 시청은 정책 기획과 조정 기능에 집중하고, 구청은 주민 생활과 직결된 행정 서비스를 담당하는 이원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화성시는 이날 일반구 4곳을 동시에 출범시키며 생활권 중심 행정 체제로 전환했다. 일반구 4개가 한꺼번에 출범한 것은 전국 최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행정구역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범한 4개 구는 지역의 역사성과 지리적 특성을 반영해 △서부권 ‘만세구’ △북부권 ‘효행구’ △중부권 ‘병점구’ △동부권 ‘동탄구’로 명명됐다.

● 생활밀착 민원, 구청에서 바로 처리

일 오전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화성특례시 구청체제 출범 기념 만세구청 개청식에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정명근 화성특례시장 등 관계자들이 개청선언 버튼을 누르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2026.2.2
일 오전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화성특례시 구청체제 출범 기념 만세구청 개청식에서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정명근 화성특례시장 등 관계자들이 개청선언 버튼을 누르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2026.2.2
구청 체제가 가동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접근성과 처리 속도다. 위생·환경·교통·도시미관 등 생활 밀착형 민원 상당수가 시청 본청이 아닌 구청에서 처리된다. 식당 영업 신고, 옥외광고물 허가, 소음·비산먼지 점검, 불법 주정차 단속 등 현장 대응이 필요한 업무도 구청 단위에서 수행한다. 화성시 관계자는 “구청 중심의 대응 체계가 정착되면 민원 처리 기간이 기존보다 30% 이상 단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역별 특성을 반영한 행정 기능도 강화한다. 만세구는 산업과 자연이 공존하는 혁신 거점으로, 효행구는 교육·주거 중심의 정주 도시로 육성한다. 병점구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기반을, 동탄구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집약한 자족도시를 목표로 한다. 시는 동일한 행정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되 지역별 기능은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구청 출범에 따라 주소 체계도 바뀐다. ‘화성시 향남읍’은 ‘화성시 만세구 향남읍’, ‘화성시 병점동’은 ‘화성시 병점구 병점동’으로 표기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일반구 설치를 도시 행정 기반이 한 단계 완성됐다는 신호로 해석하며,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정 시장은 “구청 체제는 행정의 중심을 시민 생활권으로 옮기는 작업”이라며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드는 행정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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