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환 방송대 총장 “AI 튜터 도입…원격교육 50년 넘어 세계 모델 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7일 10시 45분


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국방송통신대 본관 총장실에서 인터뷰 하는 고성환 총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국방송통신대 본관 총장실에서 인터뷰 하는 고성환 총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972년 세계에서 두 번째 원격대학으로 개교한 한국방송통신대는 원격교육 노하우를 국내와 해외에 적극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몽골 울란바토르에 문을 연 한국학센터에서는 방송대 교수의 특별 강연과 한국어 강의가 인기다. 방송대는 우즈베키스탄에 원격대학 설립을 자문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사업도 수행 중이다. 현재 외국인 학생이 현지에서 1년간 방송대 수업을 들으며 한국어 역량을 키우고 지방 국립대 2학년으로 편입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모두 고성환 방송대 총장이 ‘국내 유일 국립 원격대학으로 50년 넘게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신념에 따라 진행한 일이다. 2022년 3월 취임한 고 총장은 임기 4년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원격교육에 접목시켜 한 단계 더 발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고 총장을 9일 서울 종로구 방송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ㅡ방송대에 AI 환경 구축을 준비 중이라던데….

“방송대 강의 송출은 라디오, 카세트 테이프, 텔레비전, 온라인 등으로 발전해 왔다. 온라인 강의도 이제 PC뿐 아니라 휴대전화로도 가능하다. 다음 단계는 AI다. AI 환경이 구축되면 방송대 수업에서 부족했던 즉각적인 피드백과 개별 맞춤 교육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학생이 강의를 듣다 궁금한 것을 AI 튜터에게 질문하면 답변해 주고 ‘몇 회차 동영상 16분 30초를 참고하면 된다’고 알려줄 수 있다. 학생에게 ABC 점수만 매길 게 아니고 어떤 부분이 부족하니 다음에 이런 수업을 들으면 좋겠다고 추천할 수도 있다. 한국어 강의를 자동으로 번역하면 외국인 학생이 모국어로 학습할 수 있다. 내년에 관련 예산이 반영됐다. 방송대가 현재도 해외에 원격교육 노하우를 전수 중인데 AI 환경까지 구축하면 선도 모델이 될 거라고 설명했더니 정부도 의미있게 판단했다.”

ㅡ해외 원격대학 설립 자문을 많이 하고 있다.

“중진국 이하 국가에서 원격대학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국가를 발전시키려면 고등교육이 필요한데 단기간에는 원격교육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방송대는 이달 코이카로부터 5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아 우즈베키스탄 세계경제외교대학의 원격대학 설립을 자문 중이다. 역시 코이카에서 48억 원을 지원받아 우간다 마케레레 국립대학의 원격교육 시스템 구축 사업도 지난해부터 진행 중이다. 원격교육 커리큘럼 구성과 교수법을 교수 대상으로 교육하고 장비 구축과 기술자 훈련 등도 해준다. 방송대가 영국의 오픈유니버시티(1971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립돼 원격 고등교육 대표 학교로 인정받은 덕분이다.”

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국방송통신대 본관 총장실에서 인터뷰 하는 고성환 총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국방송통신대 본관 총장실에서 인터뷰 하는 고성환 총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ㅡ지난해 2월 몽골 울란바토르에 한국학센터도 문을 열었다.

“방송대가 해외 교육기관과 공동으로 학위를 주는 첫 번째 사례다. 몽골 대학생 100명에게 물으면 모두 한국에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선망이 높다. 이런 학생을 위해 몽골에서 1, 2학년을 방송대 수업으로 공부하고 3, 4학년은 몽골과학기술대에서 수업을 듣는 과정을 만들었다. 한국에 직접 오지 않아도 한국어 수업을 듣고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다.”

ㅡ지방 국립대의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방송대 수업을 공유한다.

“지방 국립대에 외국인 학생이 많이 입학하는데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서 2학년 전공 선택 때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현지에서 한국에 유학을 오기 전 방송대 글로벌 자유전공학부 학생으로 한국어, 한국 문화 등에 대한 수업을 집중적으로 듣고 2학년에 지방 국립대에서 편입생으로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런 모델은 처음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잘 적응해 지역에 취업한 뒤 정주하면 지역 산업에도 도움이 돼 환영받고 있다.”

ㅡ정부가 AI 인재 양성을 강조하는데 방송대에서도 AI 전공이 있다.

“AI 인재 양성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로 방송대도 2021년 프라임칼리지 첨단공학부에 AI 전공을 신설했다. AI 전공 지원자는 첫 해 95명에서 올해 443명으로 급증했다. 프라임칼리지 첨단공학부는 첨단 엔지니어 양성을 목표로 하는데 문과 출신 등 다양한 출신이 입학한다. 고려대 국제학부를 졸업하고 2018년 프라임칼리지 메카트로닉스 전공에 편입학 뒤 공학사 학위를 취득한 김광균 동문은 현재 미국 삼성전자 반도체 R&D 센터에서 AI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다.”

ㅡ방송대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전공은 무엇인가.

“현재는 사회복지학과, 컴퓨터과학과, 유아교육과다. 고령사회 진입, 디지털 전환, 돌봄 수요 확대 같은 사회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에는 방송대에서 학위 취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지금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무역량을 길러 재취업할 수 있는 전공을 선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어문계열 학과는 방송대에서 꾸준히 인기가 높다. 일반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위기이지만, 방송대에서는 순수 학문 차원에 대한 선호도가 있다.”

ㅡ2024학년도부터 해외 거주 학생도 받고 있다.

“방송대에서는 기말고사는 무조건 오프라인으로 봐야 하는데, 갑자기 해외로 파견되거나 이민을 떠나도 학업을 이어가겠다고 비행기를 타고 오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에 해외 거주 학생은 기말고사를 과제로 대체할 수 있게 허용한다. 올해 해외 거주 학생 지원자는 644명으로 지난해(495명)보다 30% 증가했다. 한국어로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재외 동포가 대부분이고 컴퓨터과학과, 통계·데이터과학과, 영어영문학과 지원율이 높다.”

ㅡ올해 많은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했는데 방송대는 계속 동결 상태다.

“방송대는 17년째 동결 중으로 학기당 등록금은 대략 35만 원이다. 총장 입장에서 재정은 늘 걱정되는 부분이지만, 방송대 등록금은 공공성 차원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방송대는 누구나 부담없이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설립됐다. 국가가 방송대를 통해서 교육 복지를 실현하면 좋겠다. 언제든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사회는 건강하다.”

ㅡ1학기 신·편입생 모집을 내년 1월 6일까지 진행한다.

“24개 학과에서 11만8753명을 모집한다. 해외 거주 학생도 지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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