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유사성에 기대 출제”…포항공대 교수, 수능 17번 오류 제기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1월 19일 16시 34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 17번 문항을 두고 정답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시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 17번 문항을 두고 정답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시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 17번 문항을 두고 정답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평가원은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오는 25일 최종 판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19일 독해 강사 이해황 씨는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이충형 교수에게 받은 자료를 토대로 “2026학년도 수능 국어 17번은 정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공개한 자료에서 이 교수는 “수능 국어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해서 풀어 보았지만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고 작성했다. 해당 문제는 수험생과 강사들 사이에서도 난도가 높았던 문항으로 꼽혔다.

문항은 칸트의 ‘인격 동일성’ 관련 관점을 다룬 지문을 바탕으로,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경우’라는 가상 상황에서 등장하는 ‘갑’과 ‘을’의 입장을 해석하는 문제다.

평가원은 정답을 3번으로 제시했는데, 이 선택지는 “칸트 이전 견해에 따르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 동일성이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생각이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다.

● 이충형 교수 “논증을 잘못 활용한 사례, 3번은 성립 불가” 분석 제시


그러나 이 교수는 정답이 3번일 수 없다는 논리를 단계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문에는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한다는 것이었다’는 문장이 지문 도입부에 나온다”며 “스캔 프로그램으로 의식이 재현되면 ‘단일한 주관’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갑의 입장은 옳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체 a와 b 그리고 속성 C에 대해 ‘a=b이고 a가 C면, b도 C다’라는 논증을 잘못 활용한 사례라고도 했다.

이 교수는 “‘생각하는 나’=영혼일 때 ‘생각하는 나’가 지속하면 영혼은 지속한다고 볼 수 있다”며 “칸트 이전 견해에 따르면, 영혼이 지속하면 동일성이 보장되므로 ‘생각하는 나’가 지속하면 동일성이 보장된다. 따라서 칸트 이전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이 보장된다는 풀이는 옳지 않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3번을 정답으로 삼는 것은 문구의 피상적 유사성에 의존한 오류이며, 이런 방식의 출제는 교육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독해 강사 이해황 씨 역시 이 교수의 의견을 검토한 뒤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튜브 영상에서 “이 교수의 분석을 받았고 여러 차례 확인해 본 결과 정답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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