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표현한 이미지. 실제 사건과 무관함 (구글 Gemini)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남성이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경찰관의 도움을 거절한 뒤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살피고 있다.
18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8시4분경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한 교차로에서 “도로와 인도 사이에 술 취한 사람이 누워있다”는 행인의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시흥경찰서 옥구지구대 경찰관들은 현장으로 출동해 옆으로 누워있는 50대 A 씨를 흔들어 깨웠다.
● 순찰차 태우려 했지만 거부
경찰관들이 이름과 주소를 묻자 A 씨는 바로 근처인 “OO에 산다”고 답했다. 경찰은 거주지로 데려다주기 위해 순찰차에 탈것을 권했지만 A 씨는 거절했다.
강제로 태울 수 없었던 경찰은 A 씨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아픈 곳은 없냐? 아프면 119를 불러 주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했다. A 씨는 “잠시 쉬다가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고, 경찰은 A 씨를 부축해 수 미터 떨어진 공원 정자로 옮겨 앉혔다. 이곳에서 경찰은 ‘괜찮겠냐’ ‘귀가 해야하지 않겠냐’며 10여 분간 대화 하다가 오후 8시 23분 시화병원 응급실에서 시비가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 다음날 정자에서 숨진 채 발견
하루 뒤인 17일 오전 5시44분경 A 씨는 공원 정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의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인은 수사중이지만, 현재로선 비가 내리는 상황에 날씨가 추워지며 저체온증이 왔을 가능성 등 여러 추정이 나오고 있다.
경기남부청은 출동 경찰관들의 주취자 신고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고 있다.
경찰은 당시 주취자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로 의식이 있었고 내∙외상이 없다는 점, 단순 주취자는 보호조치 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장 매뉴얼을 어기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명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 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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