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방위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23년 디지털밀리터리학과 신설
차세대 국방 전문인력 양성이 목표
올해 SW중심대학사업에 재선정돼… AI 거점 대학을 위한 잰걸음에 박차
다른 전공에 AI 역량 겸비 인재 키워… 구글과 협력, 구글@KNU 과정 개설
캠퍼스 혁신 파크 조성 착착 진행중… 지역 허브-한국판 실리콘벨리 전망
대학생 안보학술대회에 참가하는 강원대 디지털밀리터리학과 학생들이 교수 연구실에서 지도 교수 및 육군 정비 전문가와 함께 주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 강원대 제공
강원대(총장 정재연) 춘천캠퍼스 한빛관 2층 디지털밀리터리학과 교수들 연구실 문은 늘 열려있다.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군복 입은 관계자들도 자주 보인다. 22일 김익현 디지털밀리터리학과 교수 연구실에서도 학생 3명이 육군 정비 전문가와 긴 회의를 했다. 이 학생들은 대학생 안보학술대회 예선을 통과해 다음 달 본선에서 발표할 연구 주제를 논의하러 왔다.
이들의 주제는 군 인력 감소 상황에서 무기 체계 정비 효율성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국방장비정비정보체계(DELIS) 등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해 더 효율적인 예방 및 정비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제안하려고 한다. 이날 학생들은 육군 전문가에게서 실제 군 장비 정비 체계 등을 들으며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
● 디지털밀리터리학과의 실험
국가 아젠다인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전국 9개 거점 국립대가 각 학교 강점과 지역 특색에 맞는 혁신과 변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강원대의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 생태계 구축 시도가 돋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세대 국방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2023년 신설한 디지털밀리터리학과다. 강원대는 이 학과를 만든 직후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국방기술품질원 등과 ‘강원도 첨단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미래 국방 기술 연구개발(R&D)을 선도하기 위해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도 설립했다. 이 연구소 소장은 육사 45기 출신 예비역 대령 김익현 교수다. 국방 기술 현황에 밝다. 국방 AI연구센터, 국방로봇·반도체 연구센터, 국방정보보호연구센터, 강원 방위산업육성연구센터로 구성된 연구소에서 교수 24명이 무기 체계 첨단화 등을 연구하고 있다.
교육부 글로컬랩 컨소시엄형 사업의 핵심 참여기관으로 선정된 강원대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가 4일 고려대, 국민대 공동으로 방산기술보호연구소 개소식을 하고 있다. 강원대 제공국방 R&D 기획 사업에 뛰어든 첨단군사과학기술연구소는 올 8월 교육부 글로컬랩(중점연구소) 컨소시엄형 사업의 최종 대상자로 선정돼 고려대(세종) 국민대 관련 연구소와 함께 방산기술보호연구소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이 사업을 통해 9년간 연구비 216억 원을 받는 연구소는 국내 대학 최초로 K-RMF(한국형 국방 사이버 위험 관리 제도) 국책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RMF는 미국 정부가 자국 무기 체계를 외부 사이버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프로세스다. 국내 무기 체계 보안 준수 여부를 자동 평가하는 기술 개발 및 K-RMF 기반 평가 기술 인증 체계 구축을 맡게 됐다.
지역 방산기업도 대학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 11번째로 방위사업청 국방기술연구소 강원국방벤처센터를 유치해 43개 유망 중소 방산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실무형 전문 국방 기술 인재 육성의 폭을 넓히려 한다. 김 교수는 “지역 방위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현장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 강원대에서 핵심 인력을 계속 인큐베이팅하겠다”고 말했다.
● 구글이 찾아오다
강원대는 선도적인 ‘AI 거점 대학’이 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소프트웨어(SW) 중심 대학 사업’에 2018년에 이어 또 다시 선정됐다.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포함해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인재 양성 교육이다.
특히 AI가 대세가 된 시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과 AI 교육을 융합할 수밖에 없다. AI 교육의 목표는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과 지능적 판단력,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이다. 컴퓨터와 함께 생각하는 사람을 키운다는 것. 강원대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사업단장인 임현승 컴퓨터공학과 교수(정보화본부장)는 이 사업이 향후 AI 중심 대학 사업으로 개편될 수 있다면서 “강원대 소프트웨어 교육 과정에 AI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융합적 AI 교육으로 전환해 ‘AI+X’ 또는 ‘X+AI’ 인력 양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AI+X’는 컴퓨터나 데이터, AI 중심 전공자로서 다양한 분야(X)를 융합할 수 있는 인재다.
‘X+AI’는 타 분야(X)를 중심으로 AI 역량을 더한 현장 기반 융합형 전문가다. 본래 전공 관련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AI 분석 및 AI 도구 활용 능력이 더해진 인재다. 이 같은 인재 양성 플랫폼은 2018년 만든 미래가상융합학과다. 학생은 기존 자신의 전공에 AI 같은 첨단 기술 역량을 더해 새로운 직무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모든 강원대생이 미래가상융합학과를 복수 또는 부전공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AI 교육 능력을 인정해 지난달 강원대를 ‘2025년 AI 분야 첨단 산업 인재 양성 부트캠프’로 선정했다. 부트캠프에선 AI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단기 집중 교육 과정을 개발한다. 임 교수는 학생 전공의 미래 문제를 AI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X+AI 인재 양성이 거점 국립대 혁신에 적합하다고 본다. AI 핵심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AI 코어를 이해해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지역 산업계와 연계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카이스트, 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 같은 연구 중심 대학은 AI 기술 개발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춰 교수도, 예산도 많다”면서 “강원대는 AI 기술 활용 노하우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브릿지 같은 실무 인재를 배출하는 방향으로 가야 예비 대학생도 목적의식을 갖고 강원대 미래 비전을 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글@KNU’ 정규 교육 과정 입학식. 강원대 제공X+AI 인재를 양성하려는 강원대 노력에 글로벌 빅테크 구글이 반응을 보였다. 강원대는 지난달 구글클라우드코리아와 인재 양성 파트너십 협약을 맺고 ‘구글@KNU’ 정규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구글 현직 엔지니어가 직접 커리큘럼을 짜고 기업과 대학이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해 운영한다. 강원 Google Developer Group on Campus(캠퍼스 구글 개발자 그룹)도 가동해 학생 주도적인 AI 역량 개발 활동을 지원한다.
● 산학연 혁신 허브 건설 공정률 70%
강원 지역 혁신의 허브 노릇을 할 캠퍼스 혁신 파크 조성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캠퍼스 혁신 파크는 캠퍼스에서 일하고, 창업해서 돈 벌고, 배우고, 쉬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교육부, 국토교통부, 중소기업벤처부가 공동 추진하는 사업이다. 강원대는 전국 국·공립대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
1단계 사업으로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한 공간에서 공용장비로 연구하고 협업, 사업화를 도모하는 산학연 혁신 허브 역할을 할 건물이 내년 6월 1만4765㎡(약 4500평) 터에 8층 규모로 들어선다. 혁신 허브에는 첨단 제조 및 연구 산업 14개 분야 150개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 현재 공정률은 70%다. 남금의 강원대 산학협력단 산학단지기획팀장은 “117개 기업이 입주 의향을 밝혔다. 이들이 요청한 공간이 계획 면적보다 30% 초과하고 있다”고 했다. 업체들이 입주하면 6000명 이상 상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 조건에 맞추려면 대학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남 팀장은 “100점 만점 중 산학 협력 기여도가 20점이다. 협력 실적과 계획이 분명히 있어야할 것”이라고 했다.
공사중인 산학연 혁신 허브와 도시첨단산업단지 부지. 강원대 제공산학연 혁신 허브 아래 6만6500㎡(약 2만 평) 터에는 도시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될 계획이다. 강원대 예산으로 연구시설, 주거 및 의료 시설, 문화·편의·복지 시설이 들어선다. 도시첨단산업단지 아래 컨테이너 40여 개 동으로 구성된 ‘스타트업 큐브’는 현재 창업기업들로 꽉 찼다. 대학과 지역 기업, 주민 협력 활성화, 교수 및 학생 창업, 기업 지원 인프라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창업기업 터전은 전국 대학 최초다. 본사 주소지를 이곳으로 옮긴 업체도 있다. 연구와 실험, 테스트 및 실증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연구-사업 일체화 단지여서 투자 받기에도 좋다. 서울 모 사립대 교수도 이곳에서 창업을 했다. 강원대생들의 스타트업 큐브 기업 취업도 늘고 있다. 최근 신규 고용 45명 중 10명이 강원대 졸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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