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선별장 쓰레기 포화 상태
“하루 70t 처리하는데 128t 쌓여”… 명절 쓰레기, 4년새 1.6배로 늘어
선물용 과대포장이 최대 원인… “처벌로는 한계, 시민 인식 변해야”
9일 오후 경기 하남시 환경기초시설 재활용선별장에서 직원들이 추석 연휴 동안 늘어난 스티로폼을 분류·처리하고 있다.
하남=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명절만 되면 스티로폼 쓰레기가 평소의 두 배로 늘어요. 특히 스티로폼 쓰레기는 5년 전보다 30%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9일 오후 경기 하남시환경기초시설 재활용선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산처럼 쌓인 스티로폼 더미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추석 선물 포장에 쓰인 스티로폼 상자가 4∼5m 높이로 쌓여 있었다. 그는 “추석 땐 일주일 내내 새벽 2시까지 교대 근무를 했다”며 “올해는 인력이 부족해 일용직까지 불러야 했다”고 덧붙였다.
매년 명절마다 쓰레기가 급증하면서 전국 지자체가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유통업계가 과대포장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에서는 명절 쓰레기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하루 처리량 70t인데 128t 쌓여”
8일 오후 7시 30분경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주택가 쓰레기 배출구역. 인근 주민 안모 씨(39)가 과일 포장 박스와 스티로폼을 양손 가득 들고 나왔다. 이날은 광진구가 연휴 기간 쓰레기 배출을 금지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는 “집에 포장 쓰레기가 너무 많아 둘 수가 없었다”며 “며칠 집을 비웠는데도 이 정도면 다른 집들은 더 심할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1시간 동안 현장을 지켜보니, 안 씨를 포함해 주민 15명이 잇달아 쓰레기를 버렸다. 대부분 명절 선물 포장이나 일회용 용기였다.
배출구역에 모인 쓰레기는 자원회수센터로 이동한다. 8일 오전 방문한 서울의 한 자원회수센터 집하장에는 평소 4m 높이이던 재활용 쓰레기 더미가 6m까지 치솟아 있었다. 한 직원은 “하루 최대 처리량이 70t인데 연휴에만 128t이나 들어왔다”며 “한글날 연휴까지 지나면 더 밀려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 규제 예고에도 명절 쓰레기 계속 늘어
환경부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자료를 취합한 ‘추석 연휴 쓰레기 발생 현황’에 따르면 연휴 일수는 2019년 4일, 2020년 5일, 2021년 5일, 2022년 4일, 2023년 6일로 들쭉날쭉했지만 쓰레기 발생량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9년 11만8412t, 2020년 13만7495t이었고, 팬데믹 시기인 2021년(13만6252t), 2022년(13만2300t)에 잠시 주춤했으나 엔데믹으로 접어든 2023년에는 19만8177t으로 급증했다. 2019년과 2023년, 연휴가 1.5배 늘어난 걸 감안해도 쓰레기는 1.6배로 더 늘었다.
명절 쓰레기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선물용 과대포장이다. 정부는 포장 규제를 두고 명절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점검해왔다. 그러나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해 3월 택배 포장 규제를 한층 강화해 포장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포장 공간비율도 50% 이내로 규정하는 제도를 새로 마련했다. 다만 업계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6년까지 단속과 제재는 유예한 상태다.
내년부터 규제가 본격 적용되더라도 전문가들은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교근 청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포장 기준을 위반한 업체에 과태료를 엄격히 부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과대포장과 배출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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